[강병로의 산야초 톡Ⅱ] 41. 꽃다지 - 봄은 멀었는데 벌써 초록으로 무장

강병로 2023. 1.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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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볼수록 놀랍습니다.

햇볕 한 줌 얻기 위해 얼음장을 뚫고, 뼈대만 남은 흙을 모아 뿌리를 내리는 저 지독한 생명력! 얼어붙은 대지에 꽃방석(?)으로 앉아 희망을 퍼트리는 늠름한 기백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꽃다지'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그 무수한 고통을 질긴 생명력으로 치환한 능력이 경이롭습니다.

이런 끈기와 저력으로 마침내 봄의 서막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고, 그해 가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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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다지 

들여다볼수록 놀랍습니다. 햇볕 한 줌 얻기 위해 얼음장을 뚫고, 뼈대만 남은 흙을 모아 뿌리를 내리는 저 지독한 생명력! 얼어붙은 대지에 꽃방석(?)으로 앉아 희망을 퍼트리는 늠름한 기백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꽃다지’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그 무수한 고통을 질긴 생명력으로 치환한 능력이 경이롭습니다. 이런 끈기와 저력으로 마침내 봄의 서막을 알리는 전령사가 되고, 그해 가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합니다. 채 한 뼘도 안 되는 ‘꽃다지’의 어느 곳에 이런 놀라운 힘이 숨어 있을까요.

꽃다지의 생은 씨앗이 여물어 떨어지는 8월부터 시작됩니다. 생명력이 강해 어디서든 잘 자라며 햇볕 한 줌, 물 한 모금만 있으면 스스로 생존환경을 개척합니다. 참 억척스럽습니다. 논밭의 가을걷이가 끝날 무렵 씨앗을 틔워 겨울이 오기 전, 땅과 태양을 제 한 몸에 밀착시킵니다. 로제타 식물의 지혜이지요. 매서운 눈보라를 견디고 기지개를 켜는 순간 봄이 오고 겨울이 물러갑니다. 꽃다지와 함께 찾아온 봄. 논밭 둑은 황금빛 꽃으로 물들고, 이에 뒤질세라 만물이 묵은 입김을 토해내며 새봄을 맞이합니다. 그렇지요. 꽃다지는 그 ‘상징’만으로 존재 가치를 증명합니다.

이 작은(?)생명에 깃든 힘은 ‘생존 능력’과 ‘상징’ 뿐만이 아닙니다. 스스로 지탱하는 힘과 타 생물에 미치는 영향력을 함께 지니고 있지요. 섬유질이 풍부, 나물로 먹을 땐 포만감을 주고 기침·가래 등 기관지 염증을 치료합니다. 씨앗은 만성 폐 질환 및 심장병 치료에 좋고, 몸이 붓는 증상에 효과가 있습니다. 이른 봄엔 입맛을 돋우는 나물로, 달래 냉이와 궁합을 맞추면 훌륭한 된장찌개가 됩니다. 불필요한 지방산을 없애는 약리작용으로 몸속 불순물을 걸러내는 작용도 뛰어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봄 기운을 불어넣는 치유력이겠지요.

초록이 사라진 땅은 거칠고 투박합니다.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없지요. 그 땅에 뿌리를 내리고 햇볕을 담아 초록의 숨결을 불어 넣는 순간, 뭇 생명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대지는 푸르고 건강해집니다. 어느 한 생명이 아주 먼 과거로부터 뚜벅뚜벅 걸어오며 터득한 ‘생존법’이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지혜이자 소중한 자산입니다. 1월의 끝자락, 봄을 맞으려면 아직 몇 번의 북풍과 폭설을 더 견뎌야겠지요. 그러나 멀지 않았습니다. 꽃다지는 이미 초록으로 무장, 얼음장을 뚫을 기세입니다. 보세요. 저 헐벗은 벌판을 서성이는 황금빛 숨결을.

▲ 강병로 전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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