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순찰, 방 불끄기… 文정부 퍼주기식 일자리 없앤다

곽래건 기자 입력 2023. 1. 31. 03:06 수정 2023. 1. 3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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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8일 밤 12시 전통시장 안전지킴이 김 모(75)씨가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시장 내에 24개의 CCTV가 작동 중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남강호 기자

정부가 ‘놀이터 순찰’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 ‘산림 서비스 매니저(휴양지 해설사)’처럼 전 정부 시절 대거 만들었던 직접 일자리 사업 대신 실질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고용 정책 기본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고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나 기업에 직접 돈을 주는 것도 깐깐하게 할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퍼부었지만 오히려 구직자의 일할 의욕을 꺾는 등 부작용이 컸고 장기적으로 고용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이런 내용이 담긴 ‘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문 정부 시절 ‘4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신설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등 ‘포퓰리즘’ 성격이 강했는데 이를 실질적인 고용률 제고로 개혁하겠다는 의도다.

이전 정부들처럼 전체 고용률을 올리는 대신 청년과 여성·고령층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동안 전체 고용률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중·장년 남성들에게만 일자리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G7(주요 7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청년과 여성·고령층의 고용률이 4~13%포인트가량 낮다.

고졸 청년의 경우 군 복무가 취업 과정에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입대 전 적성에 맞는 기술 훈련을 받고 군에 기술병으로 입영해 복무하는 ‘취업맞춤특기병’ 제도 적용 분야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은 산업기능요원으로 우선 배정해 이들이 군 복무 기간에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여성은 아이를 키울 때 육아휴직 대신 주당 근무시간을 15~35시간으로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적용되는 자녀 연령대를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한다. 출산·육아로 여성들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고령자의 경우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올해 2분기에 본격 착수하고, 올해 말까지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만 60세인 법적 정년 기준을 올릴지, 정년 기준을 아예 폐지할지, 정년퇴직 후에 기업들이 재고용을 하게 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직접 일자리 사업과 고용장려금 사업, 실업급여 등은 정비한다. 직접 일자리 사업은 매년 3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지만 이름부터 ‘농촌 환경 정비원’ ‘5대강 지킴이’ 등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자주 나왔고, ‘줍줍(줍고 또 줍는) 일자리’라는 말도 나왔다. 다만 직접 일자리 사업의 80%가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 사업 전체를 대대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가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한 복지 사업인 측면도 있어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며 “대신 단순·반복 일자리 사업이나 유사·중복 일자리 사업은 없애거나 통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용 촉진 장려금, 워라밸 일자리 장려금, 신중년 적합 직무 장려금 등 17가지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고용장려금 사업도 5개로 통폐합한다. 지금은 비슷한 장려금이 많아 신청자 입장에서 혼란스럽고, 여러 장려금이 난립해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부작용이 있었다. 한 장려금이 지급 수준을 높이면 다른 장려금도 이를 뒤따라가거나,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처럼 혜택이 좋은 특정 장려금에만 신청자가 몰리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에 따라 하한액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것을 차단,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일부러 일을 그만두는 역설적인 상황을 최대한 차단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그간 우리 일자리정책은 현금 지원, 직접 일자리 확대 등 단기·임시 처방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는 선택을 해 왔다”며 “저출생과 고령화, 만성적인 저성장 등에 따른 미래 인력 부족에 대응하려면 사람들에게 일할 의욕을 북돋아주는 쪽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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