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상위권 도약, 19세 손안에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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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는 2021시즌을 9위로 마치고 대표, 단장, 감독을 동시에 교체했다. 대변혁 2년 차인 올 시즌의 키워드는 ‘좌완’. 양현종, 이의리, 이준영에 국군체육부대에서 복귀한 김기훈과 프로 2년 차 최지민 등 타 팀에선 귀한 왼손 투수 자원이 즐비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좌완투수가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윤영철(19)이다. KIA는 지난 시즌 타격에선 리그 1~2위를 다퉜으나 투수력에선 하위권에 머물러 5위에 그쳤다. 윤영철이 선발이나 불펜에서 기대에 부응한다면 올 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에 큰 힘이 실린다.
윤영철은 선발 후보로 낙점받아 다음 달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구단 스프링캠프 명단에 팀 신인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출국을 닷새 앞두고 전남 함평의 KIA 2군 구장에서 만난 그는 ‘특급 신인’이라는 칭호와 상반되게 수줍음을 타는 소년이었다. 그는 “나를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고 기대된다”면서도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청룡기의 미스터 제로
작년 고교야구에선 심준석(피츠버그 파이리츠), 김서현(한화), 신영우(NC), 윤영철이 ‘투수 빅4′로 꼽혔다. 넷 중 유일한 좌완인 윤영철은 원래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역동적인 투구 폼으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 다른 투수와 달리 구속이 시속 140㎞대 초중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영철은 화려함 대신 안정감을 무기로 ‘고교 넘버원’으로 떠올랐다. 여름에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무대가 결정적이었다. 충암고 에이스 윤영철은 당시 4경기에서 17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투구 수 제한 때문에 결승에 나서지 못했으나 활약을 인정받아 감투상을 차지했고 연말 각종 시상식에도 초대받았다. 그는 “청룡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다른 대회보다 준비를 열심히 했었어요. 대진표를 보고 (상대가 강해서) ‘이거 좀 힘들겠는데’라고 했는데, 막상 시작되니 경기가 유독 잘 풀렸어요.”
윤영철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교 무대에서 삼진 23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24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윤영철은 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갓 은퇴한 전직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일정한 템포로 던지다 보면 얻어맞게 돼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며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게) 템포를 바꿔가며 던지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몸 뒤로 숨기는 ‘디셉션’도 일품이다. 함께 캐치볼을 하던 팀 선배가 “공이 안 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완성도 높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하는 그는 프로 무대에 대비해 커터도 장착 중이다.
◇류현진·양현종 보며 꿈 키워
그의 롤 모델은 원래 MLB(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었다. 그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좌완이란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며 “그렇지만 지금은 양현종 선배님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팀 선배라서 고른 것 아니냐’는 장난스러운 물음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TV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선발 등판한 다음 날 보강 훈련을 몇 시간 동안 꾸준히 하신다는 걸 듣고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잘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느꼈어요.”
윤영철은 고교 에이스, 그것도 좌완이라면 흔히 겪는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고교 3년간 179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다른 선수보다 2~3배 많았다.
“(혹사 논란은) 별로 신경 안 써요. 투구 수 관리를 받은 편이에요. 정식 경기 기록만 보면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던진 건 맞는데, 연습경기나 팀 훈련을 할 때는 공을 거의 안 던지다시피 했거든요.”
KIA는 2년 전 신인왕 이의리를 배출했다. 윤영철은 신인왕 이야기에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우선 시즌 초반에는 1군에 오래 있는 게 목표예요. 만약 중후반까지 잘한다면 그때는 신인왕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팀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함평=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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