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상위권 도약, 19세 손안에 있소

함평/김상윤 기자 2023. 1.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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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프로야구 주인공은 나!] KIA 고졸 특급신인 좌완 윤영철
KIA 왼손 투수 윤영철이 지난 25일 전남 함평 기아챌린저스필드 실내훈련장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그는 팀의 신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30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윤영철은 이번 시즌 팀의 5선발을 다툴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영근 기자

KIA 타이거즈는 2021시즌을 9위로 마치고 대표, 단장, 감독을 동시에 교체했다. 대변혁 2년 차인 올 시즌의 키워드는 ‘좌완’. 양현종, 이의리, 이준영에 국군체육부대에서 복귀한 김기훈과 프로 2년 차 최지민 등 타 팀에선 귀한 왼손 투수 자원이 즐비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좌완투수가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지명된 윤영철(19)이다. KIA는 지난 시즌 타격에선 리그 1~2위를 다퉜으나 투수력에선 하위권에 머물러 5위에 그쳤다. 윤영철이 선발이나 불펜에서 기대에 부응한다면 올 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에 큰 힘이 실린다.

윤영철은 선발 후보로 낙점받아 다음 달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구단 스프링캠프 명단에 팀 신인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출국을 닷새 앞두고 전남 함평의 KIA 2군 구장에서 만난 그는 ‘특급 신인’이라는 칭호와 상반되게 수줍음을 타는 소년이었다. 그는 “나를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고 기대된다”면서도 “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청룡기의 미스터 제로

작년 고교야구에선 심준석(피츠버그 파이리츠), 김서현(한화), 신영우(NC), 윤영철이 ‘투수 빅4′로 꼽혔다. 넷 중 유일한 좌완인 윤영철은 원래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역동적인 투구 폼으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린 다른 투수와 달리 구속이 시속 140㎞대 초중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영철은 화려함 대신 안정감을 무기로 ‘고교 넘버원’으로 떠올랐다. 여름에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무대가 결정적이었다. 충암고 에이스 윤영철은 당시 4경기에서 17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단 1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투구 수 제한 때문에 결승에 나서지 못했으나 활약을 인정받아 감투상을 차지했고 연말 각종 시상식에도 초대받았다. 그는 “청룡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다른 대회보다 준비를 열심히 했었어요. 대진표를 보고 (상대가 강해서) ‘이거 좀 힘들겠는데’라고 했는데, 막상 시작되니 경기가 유독 잘 풀렸어요.”

윤영철은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교 무대에서 삼진 23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24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윤영철은 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갓 은퇴한 전직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일정한 템포로 던지다 보면 얻어맞게 돼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며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게) 템포를 바꿔가며 던지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공을 던지기 직전까지 몸 뒤로 숨기는 ‘디셉션’도 일품이다. 함께 캐치볼을 하던 팀 선배가 “공이 안 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완성도 높은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를 구사하는 그는 프로 무대에 대비해 커터도 장착 중이다.

◇류현진·양현종 보며 꿈 키워

그의 롤 모델은 원래 MLB(미 프로야구)에서 활약 중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었다. 그는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좌완이란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며 “그렇지만 지금은 양현종 선배님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팀 선배라서 고른 것 아니냐’는 장난스러운 물음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TV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선발 등판한 다음 날 보강 훈련을 몇 시간 동안 꾸준히 하신다는 걸 듣고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잘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느꼈어요.”

윤영철은 고교 에이스, 그것도 좌완이라면 흔히 겪는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고교 3년간 179와 3분의 2이닝을 던졌다. 다른 선수보다 2~3배 많았다.

“(혹사 논란은) 별로 신경 안 써요. 투구 수 관리를 받은 편이에요. 정식 경기 기록만 보면 다른 친구들보다 많이 던진 건 맞는데, 연습경기나 팀 훈련을 할 때는 공을 거의 안 던지다시피 했거든요.”

KIA는 2년 전 신인왕 이의리를 배출했다. 윤영철은 신인왕 이야기에 조심스레 입을 뗐다.

“우선 시즌 초반에는 1군에 오래 있는 게 목표예요. 만약 중후반까지 잘한다면 그때는 신인왕을 노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팀을 대표하는 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함평=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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