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39>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복골’

정철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2023. 1.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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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은 불확실하다.

현대 인간은 결혼 취업 묫자리 등 우리 노력으로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대개 '점'을 자주 본다.

우리 민족은 소를 희생 제물로 삼아 소 발굽을 보고 길흉을 점치거나, 뼈를 불로 지져 점을 친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지각이나 합리적인 추론에 의해서는 인식할 수 없는 일에 우리는 점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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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내고 불에 지진 동물 뼈, 길흉 점친 점술의 흔적

인간 삶은 불확실하다. 현대 인간은 결혼 취업 묫자리 등 우리 노력으로 성취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대개 ‘점’을 자주 본다. 점집에도 가고 절에 가기도 하며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운세나 토정비결까지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도 없던 과거에는 어떻게 미래를 보려고 했을까?

부산 고촌리 생활유적에서 출토된 복골. 부산박물관 제공


우선 역사서에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삼국시대를 기록한 ‘삼국지’에서 동쪽에 사는 세력을 ‘동이’라 부르는데, 이는 한반도에 있는 세력들을 일컫는다. 우리 민족은 소를 희생 제물로 삼아 소 발굽을 보고 길흉을 점치거나, 뼈를 불로 지져 점을 친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삼국사기’ ‘삼국유사’에서도 점을 쳤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신라 왕호 중 하나인 ‘차차웅(次次雄)’이 무당을 뜻한다는 점을 통해 볼 때 고대부터 점을 봤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고고학적으로 확인되는 점술 행위의 흔적으로는 복골(卜骨, Oracle Bone)이라는 유물을 들 수 있다. 복골 문화는 기원전 100~200년 청동기시대 유적인 무산 호곡동 유적에서 처음 확인된다. 삼한~삼국시대에는 동래패총, 낙민동 유적, 고촌리 생활유적 등 부산에 있는 유적에서도 많이 확인된다.

뼈에 남은 흔적을 통해 볼 때 점을 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지지기이다. 불에 달군 도구로 뼈 표면을 지진다. 두 번째는 새기기이다. 날카로운 도구로 뼈에 구멍을 뚫는 행위를 말한다. 세 번째는 앞선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으로 뼈 표면에 힘을 가해 갈라지는 방향을 보고 점을 쳤던 것으로 추정된다. 복골로 쓰인 뼈로는 사슴 뼈가 가장 많다. 사슴과 멧돼지는 주요 식량자원으로 재료를 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슴은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지며 하늘의 뜻을 인간 세상에 표현하는 상징물로도 인식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점이 사슴 뼈로 점을 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일반적인 지각이나 합리적인 추론에 의해서는 인식할 수 없는 일에 우리는 점을 본다. 비록 그것이 비과학적이고 우연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신의 의지로 그러한 현상이 우리 눈앞에 보인다고 믿는다. 그 믿음이 우리가 내일을 희망차게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과거 사슴 뼈로 점을 본 사람들도 현대인의 간절한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은 같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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