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한발 늦은 韓…빅테크도 탐낸 'AI암호기술'에 기회있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1. 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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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보안기술이 승부처
개인정보 맞춤형 데이터 보안
생성형AI 한계 극복하며 주목
암호화 데이터 해독 안하고
가공·활용할 수 있는 동형암호
금융·의료등 민감분야에 최적
2027년 시장규모 30조원 전망

◆ 가자! G5 경제강국 ◆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돌풍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생성형 AI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쏟아부으면서 연관 시장인 프라이빗 AI(개인 맞춤형 AI) 보안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챗GPT 기술인 생성형 AI는 학습 과정에서 공개된 정보 외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생성형 AI가 퀄리티 높은 그림부터 에세이를 수 초 만에 만들어내는 등 기존 검색형 엔진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학습하다 보니 정보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술이 바로 프라이빗 AI다. 기업이 보유한 회원정보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필수다. 내가 동의하면 내 개인정보를 넘기고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권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프라이빗 AI 영역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활성화하려면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바로 극도로 높은 수준의 '보안'이다.

이를 돌파하는 기술로 '동형암호'라는 차세대 보안 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기술 시장을 선도하며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인 크립토랩이 그 주인공으로 2021년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로부터 동형암호 기술 분야 최고 기업으로 선정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서울대 벤처로 출발한 크립토랩은 2027년 연간 3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시장에서 리딩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크립토랩을 이끌고 있는 천정희 대표(서울대 교수)는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동형암호를 활용하면 금융·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경제강국 주요 5개국(G5)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미래를 바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생성형 AI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MS, 구글 등에 비해선 한국 기업들이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는 프라이빗 AI 보안 기술에선 한 번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개인정보 보호 기술을 뜻하는 데이터 프라이버시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23억달러에서 2029년 약 258억달러(약 31조원)까지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40%대에 달하는데, 2029년 기준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3763억달러)의 무려 7%까지 데이터 프라이버시 분야가 차지하게 된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다.

천 대표 역시 동형암호로 불리는 미래 보안 기술이 삼성의 반도체 기술처럼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동형암호는 크립토랩을 필두로 IBM, ZAMA, 마이크로소프트(MS), 듀얼리티 테크놀로지 등 약 7개사가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 유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10월 개인정보를 획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암호기술 4가지(동형암호, 영지식증명, 다자간연산, 차등정보보호)를 소개했다. 이 중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로 자유자재로 결합할 수 있는 동형암호가 선도 기술로 가장 인정받고 있다. 국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상용화 1순위의 차세대 보안 기술로 동형암호를 꼽았을 정도다. 동형암호는 양자안전암호(PQC)를 기반으로 하기에 슈퍼 컴퓨터로도 암호키를 뚫을 수 없고, 설사 만에 하나 뚫었다고 하더라도 해커가 암호화된 정보만 탈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자체에 접근할 수 없다.

동형암호의 주요 사용처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있는 금융·의료 분야로 전망된다. 산업계에서는 다국적 금융사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카드 사기' 방지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카드번호 도난과 이를 통한 불법 인출이 무려 32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했다. 만일 카드 소유주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면, 금융회사는 이를 모아 이상 거래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통신사에서 나오는 실시간 위치 데이터와 카드 결제 데이터를 동형암호를 통해 합친다면, 소유주의 위치에서 벗어난 곳에서 카드가 결제될 경우 이를 사전에 막고 경고 알림음으로 카드 주인에게 알릴 수 있다. 동형암호를 통해 카드 사기의 1%만 막을 수 있다면, 금융사는 적은 비용으로 연간 3000억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의료 데이터 역시 동형암호의 주 사용처가 될 수 있다. 국내 동형암호 스타트업 크립토랩은 유전자 DNA를 취급하는 의료 기업 마크로젠과 협업해 DNA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현재 기술검증(PoC)이 거의 막바지로 진행된 상황이다.

용어

동형암호 :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로 처리·사용하게 해주는 차세대 보안기법. 데이터 해독을 거쳐 연산 결과를 얻는 암호 체계가 동형암호 방식으로 바뀌면 데이터 유출과 해킹 피해 등을 막을 수 있게 된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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