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KT 등 ‘주인 없는 회사’ CEO 선임 투명성 높인다

김신영 기자 2023. 1. 3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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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뚜렷한 대주주가 없어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회사들과 일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개선이 추진된다. 최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KT 등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잡음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주인이 없고 중요한 기업에 대해서 후계자 승계, 선임 절차 등이 투명한지에 대해 의견이 많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보고를 받고 “스튜어드십(stewardship·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관여)은 대주주의 기업에 대한 책임과 경영을 제한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면서 “소유가 분산돼 지배 구조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스튜어드십 행사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스튜어드십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 국방보다도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금융권 지배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과거에는 정부 투자 기업 내지는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면서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이 작동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금융지주회사 외에 KT·포스코 등에 대해서도 거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제대로 주인이 있는 기업의 경우 스튜어드십이 과도하게 작동이 된다면 연금 사회주의가 되는 부분도 있다”면서 스튜어드십 과잉 행사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지분이 분산돼 대주주가 없는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기업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뜻을 정부가 공식화했다. 3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회사의 임원 선임 절차 등을 개선하겠다고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등 금융권을 넘어 KT·포스코 등으로도 이런 기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주인이 없는 기업에 있어서도 지배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기업들에 대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 적용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금융회사 외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금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의 경영 투명성 확보 방안을 포함해 임원 선임 절차에 대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외에도 금융지주 회장 등 민간 참석자 약 60명이 배석했다. 금융위 업무보고에 민간 인사 참석자 수로는 가장 많았다. KB·신한·하나·NH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여했지만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참석자가 없었다. 금융위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스튜어드십을 행사하는 역할을 맡은 국민연금의 김태현 이사장도 참석했다.

금융 당국은 불투명하고 객관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돼온 금융회사의 임원 선임과 관련한 절차 개선을 추진 중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서 회장의 연임이 불발된 것은 금융 당국의 반대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입장은 이런 임시 조치식 대응이 아니라 지배 구조 개선이라는 틀을 갖추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KT 등에 국민연금 적극 개입 가능성

금융지주회사 CEO 선임 과정은 잡음이 나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현직 회장들의 ‘셀프 연임’논란이 불거지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일까지 벌어졌던 2010년 ‘신한금융 사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주목되는 것은 윤 대통령이 금융지주회사들의 경우 외에도 사실상 포스코·KT 등까지 거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은행이나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경영진이 경영 활동을 한다면 기업과 우리 사회의 비용과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뿐 아니라 주인이 없는 다른 기업’에까지 국민연금을 활용한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주인 있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것은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질을 하겠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분 10%로 최대 주주인 KT의 사장 연임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사회가 구현모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이달 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명의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세미나에서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지금보다 국민연금이 조금 더 강화된 활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알고 있다”라며 KT 등의 경영자 선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입장을 밝혔다.

☞스튜어드십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고객의 자산을 수탁·운용하는 기관투자가가 투자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고객 이익도 증대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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