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근대화론’ 비판…허수열 교수 별세
강점기 조선경제 심도 깊은 연구
‘반일 종족주의’ 반박 근거 제시
허수열 충남대 명예교수가 29일 오전 10시18분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고인은 1978∼2016년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근대경제사를 전공했다. 일제강점기 조선경제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를 냈다.
고인은 <반일 종족주의> 저자인 이영훈 전 교수와 낙성대 경제연구소 등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비판해왔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강점기 경제성장이 해방 이후 성장에 토대가 됐다는 게 요지다. 그중 하나가 두락당 지대량 변화를 근거로 제기한 ‘V자형 변화설’이다. 조선 후기 농업 생산성이 줄다가 일본인들이 조선에 들어온 뒤 다시 상승했다는 설이다. 이 전 교수 등은 일제강점기 통계 자료를 근거로 이 이론을 제기했다.
고인도 통계를 근거로 반박했다. 2013년 연구논문 ‘한국의 역사인식과 과제-식민지개발론의 비판을 중심으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조선 후기 혹은 19세기 조선경제의 위기론은 자료상으로 입증되지 않은 과장된 서술”이라고 했다.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인용하는 조선총독부의 농업 통계의 부정확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1인당 GDP가 1930년대 증가했지만, 1940년대 격감한 점도 근거의 하나다. 고인은 당시 “식민지 근대화론의 여러 주장은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외견상 매우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고인은 <일제 초기 조선의 농업> <개발 없는 개발> 등을 출간했다. <반일 종족주의> 논란 때 언론 인터뷰와 기고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박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 31일 오전 7시.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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