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하고 짜릿한 ‘찰나’…“끝나야 끝나”
종료 0.3초, 0.8초 전 ‘통한의 파울’
가스공사, 2게임 연속 연장서 눈물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농구 강팀’
앞으로도 ‘매의 눈’ 판정 유지될 듯
프로농구 서울 SK는 지난 28일 3차 연장 끝에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118-116, 2점 차 승리를 거뒀다.
‘0.3초의 기적’이 나왔다. 109-111로 뒤지던 2차 연장 종료 0.3초 전 상대 파울로 자유투를 얻었다. 리바운드를 다투는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 정효근이 자밀 워니를 밀었다. 워니가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동점을 만들면서 3차 연장으로 들어간 끝에 SK가 승리했다.
비슷한 상황이 다음날 또 나왔다.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가 역시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74-76으로 뒤지다 4쿼터 종료 0.8초를 남기고 상대 파울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골밑에 선수들이 밀집된 상황에서 마지막 슛을 쏘려 점프하던 KGC 대릴 먼로를 한국가스공사 데본 스캇이 손으로 쳤다. 먼로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승부는 연장전으로 갔고 KGC가 87-85로 승리했다.
프로농구의 파울 선언은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박빙 승부 상황이라면 논란의 소지가 커지곤 한다. 접전 중, 특히 경기가 종료되기 직전이라면 심판도 파울 선언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느린 화면’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눈에 확 드러나는 동작이 아닌 이상, 1초 미만의 시간을 남겨두고 파울이 선언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틀 연속 이 같은 ‘버저비터급 파울’이 선언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경기에서 모두 한국가스공사가 패자가 됐다. 9위에서 6위권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서는 땅을 칠 정도로 아까운 경기다. 유도훈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29일 패배 뒤 판정에 강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몇 십년 동안 농구하면서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이례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두 파울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대에 대한 접촉 행위가 포착됐다. 0.8초든 0.3초든 경기 종료 전이니 파울은 파울이다. KBL 역시 재확인 결과 정심으로 결론내렸다.
이 두 경기 승자는 모두 상위팀이다. KGC는 1위, SK는 4위로 올시즌 6강 경쟁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가져간 연장전에서 역전승을 따낸 것이 강팀의 면모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무조건 집중하는 것이 기본이다.
1초 미만의 승부는 앞으로 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례적으로 이틀 연속 승부를 좌우한 결정적 파울을 잡아낸 이상, KBL은 앞으로도 ‘매의 눈’ 같은 판정으로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옳은 판정을 했는데도 잡음이 생기는 것은 그간 쌓아온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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