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세월에 울고 나달 부상에 울 때 조코비치 감격에 울다
호주오픈 제패로 ‘통산 우승’ 나달 넘어서며 ‘누적 기록 독주’ 예감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와 라파엘 나달(37·6위·스페인), 그리고 노바크 조코비치(36·1위·세르비아). 20년 가까이 남자테니스를 지배해온 이들을 사람들은 ‘빅3’라고 불렀다. 이들 중 누가 역대 최고의 선수인지를 논하는 것은 늘 테니스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왔다.
이제는 조코비치가 현재는 물론, 역대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코비치는 지난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3위·그리스)를 세트스코어 3-0(6-3 7-6<7-4> 7-6<7-5>)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10번째 호주오픈 우승에 성공한 조코비치는 통산 22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나달의 최고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해 페더러가 은퇴하고 나달도 부상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코비치만이 건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의 전초전이었던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1차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올해 치른 12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호주오픈에서도 7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세트만 내주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페더러도, 나달도 나이의 한계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반면, 30대 중반의 조코비치는 최소 1~2년 정도는 지금과 같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음을 호주오픈을 통해 증명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 약점이 없어 ‘사이보그’라고 불렸던 전성기 시절은 아니지만, 지금도 조코비치를 능가할 만한 선수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조코비치는 각종 누적 기록에서도 페더러와 나달을 이미 넘어섰거나, 곧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우선 조코비치는 나달과 같은 메이저대회 22회 우승을 차지했고, 향후 부상만 없다면 나달을 넘어설 것이 유력시된다. 클레이코트의 황제인 나달이 14번이나 우승한 프랑스오픈이 변수이긴 하지만, 지금 나달의 몸상태를 볼 때 또 프랑스오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여기에 조코비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파이널스 우승 6회로 페더러와 공동 1위에 올라 있으며, 메이저대회 바로 다음 등급인 마스터스 1000시리즈 우승도 38번이나 차지해 역대 최다 우승자에 올라 있다. 특히 조코비치는 한 해 9개가 열리는 마스터스 1000시리즈 대회를 모두 한 차례씩 우승하는 ‘골든 마스터스’를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우승 후 “이번 대회는 내 생애 가장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이번 우승은 내 생애 가장 큰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작년에 뛰지 못하고 올해 돌아왔는데 변함없이 환영해주고 반겨준 팬 여러분한테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코비치의 상대였던 치치파스는 “당신이 이룬 업적으로 인해 테니스라는 종목이 발전했고, 많은 선수가 좋은 영향을 받았다”며 “그런 당신을 존경하고, 나도 당신으로 인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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