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에 집도 안 옮겼다…작년 인구 이동률 50년 만에 최저
전입신고 615만명…106만명 줄어
감소분 절반 이상이 ‘주택’ 사유
경기·세종·인천 등 7개 시·도 유입
울산 등 10곳은 순유출…서울 최다
고령화 추세 속에 주택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지난해 이사 등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이 2021년보다 100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 대비 이동 비율은 5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10개 시·도는 지난해 인구 순유출을 겪었는데, 서울은 33년째 인구 순유출이 지속됐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국내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입신고 기준 국내 이동자 수는 61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4.7%(106만1000명) 감소했다. 감소폭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1979년(108만6000명)을 제외하고 가장 컸다. 감소율 기준으로는 1976년(24.8%)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았다.
주민등록인구 100명당 이동 인구를 나타내는 인구 이동률은 지난해 12.0%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감소했다. 인구 이동률은 1972년(11.0%) 이후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국내 인구 이동 규모가 이례적으로 작았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주택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택 거래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인구 이동 사유는 주택(34.4%), 가족(23.7%), 직업(23.4%) 순이었는데, 주택으로 인한 이동이 1년 새 59만8000명 줄어 전체 감소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택매매량은 48만건 정도인데, 2021년 같은 기간 주택매매량이 96만1000건이었던 것을 보면 50% 이상 줄었다”며 “2021년보다 2022년 주택시장이 덜 활발한 영향을 받아 이동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이 밖에도 지속된 고령화 추세 역시 인구 이동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자일수록 상대적으로 이사 등 지역 간 이동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역별 인구 이동 흐름을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2.7%)과 인천(1.0%), 충남(0.7%) 등 7개 지방자치단체로는 인구가 순유입됐다. 순유입자 수만 보면 인구 규모가 큰 경기(4만4000명)가 가장 많았다. 인천(2만8000명), 충남(1만4000명), 세종(1만명) 등이 뒤를 이었다.
울산(-0.9%), 경남(-0.6%), 광주(-0.5%) 등 10개 시·도에서는 지난해 인구가 순유출됐다. 순유출자 수는 서울(3만5000명)이 가장 많았는데 서울은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3년 연속 인구 순유출이 일어났다. 이외 경남(1만9000명)과 부산(1만4000명), 대구(1만2000명) 순으로 순유출 규모가 컸다.
지난해 서울을 떠난 총인구 123만7000명 중 60.0%는 인접 지자체인 경기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서울로 전입한 인구 120만2000명 중 51.0%는 경기에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인천, 강원, 충북, 충남, 전북 등 6개 시·도의 전출입 1순위 지역 역시 경기였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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