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급 충격` 챗GPT 등장…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분사 고려해야

팽동현 2023. 1. 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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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 응용학과 교수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챗GPT'의 등장은 2016년 봄 '알파고'의 충격보다 더 크다. 알파고는 대중이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지만 챗GPT는 누구나 써볼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다. 웹브라우저로 홈페이지들을 처음 클릭했던 느낌, 아이폰을 처음 써봤던 느낌에 버금가는 마술 같은 경험을 주고 있다.

인간의 언어에 대답하는 대화형 AI(인공지능)가 이렇게 빨리 좋은 성능을 낼지 몰랐다. 업계, 전문가, 일반인 모두 깜짝 놀랐다. 물론 아직 완벽하지 않다. 다섯 자리 숫자 비교에도 아직 실수를 해서 실망을 주고, 복잡한 논리가 필요한 대화는 못하며, 수학적 모델이 필요한 대화도 잘 못한다. 말로만 배워 말을 하는, 말 그대로 언어모델이다.

모든 걸 말로만 해결하다 보니 말로만 때워왔던 분야에선 완전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행동이나 수학적 모델이 필요한 분야에선 완전 자동화가 어렵다. 콜센터 업무, AI스피커 등 완전 자동화는 아직 어렵다. 문서 작성, 컴퓨터 프로그래밍, 자료 조사, 학습, 교육 등을 보조하는 분야에서 큰 생산성을 낼 수 있다. 한마디로 화이트칼라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과거 구글, 네이버의 검색엔진도 화이트칼라 생산성을 대폭 높였고, 키워드 검색 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챗GPT는 90년대 말 네이버, 구글보다 상황이 더 좋다. MS(마이크로소프트)가 받쳐주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챗GPT와 협력해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2020년 오픈AI가 'GPT-3'를 발표하자 네이버, LG. SK, 카카오는 초거대언어모델 개발을 선포했다. 네이버는 2021년 '하이퍼클로바'를 완성해 2022년 공개했고, 그 성능은 GPT-3와 유사했다. 추격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했다. 그러나 오픈AI는 챗GPT를 발표해 다시 네이버와의 격차를 벌렸다. 기술격차는 다시 1년이 돼 버렸다.

네이버는 고민이다. 한 번 더 추격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오픈AI를 뛰어 넘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하이퍼클로바는 오픈AI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삼성전자가 40년 전 64K D램을 내놓으며 달려 나갔던 그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네이버가 25년 전 삼성SDS에서 분사해 탄생했던 것처럼, 이젠 하이퍼클로바를 분사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초거대언어모델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억에서 천억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 계속 오픈AI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받을 필요가 있다.

구글, 메타(페이스북)가 오픈AI보다 뒤쳐지는 것은 인력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어텐션 기법 기반의 트랜스포머 모델이 자연어를 이렇게 훌륭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상, 이제 경쟁은 기술보다는 비즈니스모델, 경영전략, 거버넌스의 국면으로 진입했다.

인터넷 산업도 아마존, 구글, 네이버 등 스타트업이 지배했다. AI 산업도 같은 경로를 걸을 것이다. 오픈AI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카카오, LG, SK는 아직 AI 기술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나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네이버는 이제 거버넌스, 경영전략, 비즈니스모델로도 경쟁해야 할 때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즉 지배구조다.

초거대언어모델은 투자, 인프라, 데이터 관점에서 모두 규모의 혁신이다. 네이버는 AI팀들을 네이버 클라우드로 통합하고 AI반도체를 타사와 제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완전 분사하면 데이터 확보, AI 개발,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니 네이버 클라우드를 초거대 AI 사업체로 수직계열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보유한 역량을 고려한 선택으로, 분사 전략을 제외하면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네이버는 데이터도 더 이상 내부 데이터에 의존하면 안 되고, 외부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오픈AI와 같은 도전자 앞에서, 기존 수익모델 비중이 큰 네이버와 구글은 신제품이 너무 잘 팔려 기존 사업을 갉아먹을 것을 걱정하는 공룡기업에 불과할 수 있다. 혁신 의지 부족 현상이 일어나 혁신이 지체될 수 있다.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 분사 전략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분사와 동시에 반도체 회사의 투자를 유치해 협력한다면 AI 운영비 이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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