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CTV 보려면 몇백 든다" 회유 정황…'지구대서 쫓겨난 할머니' 영상 묻힐 뻔
【 앵커멘트 】 한파가 몰아친 날 마지막 기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부산의 한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쫓겨난 사실이 지난주 MBN 보도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죠. 그런데 할머니가 이번 일을 문제 삼으려고 지구대 CCTV 영상을 달라고 하자 경찰관이 모자이크 비용만 몇백만 원이 든다며 정보공개청구를 포기하도록 회유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자칫 이번 일이 묻힐 수도 있었던 거죠. 박상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지구대에 몸을 녹이러 갔다가 경찰관에게 쫓겨난 할머니는 억울함에 며칠 뒤 관할 경찰서에 CCTV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CCTV를 보려면 몇백만 원이 든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사실상 마음을 접어야 했습니다.
▶ 인터뷰(☎) : 쫓겨난 70대 할머니 - "모자이크를 한다고 해서 모자이크가 뭐예요? 그랬어. 그랬더니 (CCTV에 찍힌 사람 얼굴) 그걸 다 지워야 한대. 그러면 몇백만 원 든다고. 늙은이가 이거 되겠나 싶어서 포기했지."
그런데 실제로 비용을 알아보니 많은 차이가 났습니다.
할머니가 지구대에 들어가서 쫓겨날 때까지 찍힌 영상은 45분 정도.
모자이크 전문 업체에서 견적을 받았는데, 몇백만 원은커녕 30만 원도 안 되는 26만 1,800원이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비싼 CCTV 열람 비용에 부담을 느껴 스스로 정보공개청구를 포기하도록 경찰이 회유한 것처럼 느꼈다고 했습니다.
해당 경찰서는 CCTV 분량과 모자이크 양에 따라 돈이 많이 들 수도 있다는 걸 상세히 안내했을 뿐이라며 회유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 스탠딩 : 박상호 / 기자 - "할머니의 고소 사건도 경찰의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수사의 공정성 때문에 해당 지구대가 속하지 않은 이곳 부산진경찰서로 사건이 이첩됐는데 어찌 된 일인지 담당 수사관은 MBN이 보도하기 전까지 지구대 CCTV를 확보하지도 않았습니다."
▶ 인터뷰(☎) : 고소 사건 담당 수사관 (지난 26일) - "딱히 어떻게 (수사)하고 있는 건 없고, 이제 (고소) 서류를 읽어보고 있습니다. (CCTV는 혹시 보셨어요?) 아뇨. 그건 아직 못 받았습니다."
경찰은 지난 주말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쫓겨난 지 한 달 반 만입니다.
MBN뉴스 박상호입니다. [hachi@mbn.co.kr]
영상취재 : 안동균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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