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의 글로벌 경제 톡톡 <30>] 신체·정신 건강과 외모 관리…1800조 웰니스 시장 뜬다

최용민 2023. 1. 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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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최용민 WTCS 대표 광운대 경영학 박사, 한국무역협회 전 FTA통상연구실장·전 베이징 지부장· 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적지 않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계기로 ‘건강하게 잘 살기’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디딤돌이 됐다. 현재도 진행형인 팬데믹은 부자나 가난한 자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사망자를 야기하고 있다. 이동 제한과 인간적인 교류 중단 등 사회적 고립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정신적 고통이나 신체적인 질환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삶의 우선순위로 건강한 생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적극적인 운동, 스트레스와 외모 관리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개념이 웰니스(wellness)다. 웰빙(well-being)과 피트니스(fitness)를 결합한 신조어인데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감을 함께 추구하는 적극적인 건강지상주의를 의미한다.


웰니스 시대를 맞아 원격의료, 홈 피트니스,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펠로톤·캄

1800조원 세계 웰니스 시장

팬데믹 이후에 신체적 건강과 건전한 생활 패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니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통상 건강, 피트니스, 영양, 외모, 수면, 마음 챙김(정신 건강) 등 6대 분야로 세분화되는 웰니스 산업 규모는 2021년 기준 1조5000억달러(약 1857조원)로 추정된다. 특히 코로나19가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개인들의 웰니스 지출은 매년 5∼10% 증가해 경기침체 속에 호황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분야가 가장 큰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의사들의 활동 공간은 기존에 주로 자기 진료실에만 머물렀으나 이제는 다양한 곳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 의사들이 가정은 물론 사무실을 방문해 서비스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스타벅스 커피숍이나 체육관 그리고 다양한 스튜디오로 발길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상적인 환경에서 건강을 체크하고 음료나 음식을 어떻게(또는 어떤 것을) 먹는 것이 영양적으로나 체력 유지를 위해 필요한지 의사가 현장에서 조언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동기부여 프로그램이 실행에 옮겨지고 생활 습관이나 운동 효과에 대한 데이터와 그래프를 바탕으로 처방이 진행되며 영양가 섭취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도 디지털 의료라는 이름으로 일상화된다.

디지털 의료의 대표 선수로 원격의료(텔레헬스·telehealth)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심장 박동수와 혈압 등 데이터와 의사의 원거리 육안 관찰 등을 통해 의료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의료 행위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에는 웨어러블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건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상시적으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 관리와 소비를 하도록 안내하는 시스템 구축도 준비 중이다. 2019년에는 미국인의 11%가 원격진료를 이용했으나 2020년에는 그 비율이 46%로 뛰어올랐으며, 조만간 76%가 원격진료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에서는 의료 데이터에 대한 과도한 활용을 바탕으로 의료 서비스가 남발돼 지나친 상업화에 빠져들 위험을 걱정할 정도다.

영양가 섭취와 관련해 식물성 우유(대체 우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 미국, 영국, 독일 소비자의 35%가 식물성 우유를 마시고 있다는 통계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내놨다. 특히 이 중 절반 정도가 팬데믹 이후에 새로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식물성 우유는 ‘건강’과 ‘가치 소비’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콩, 아몬드, 귀리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해 우유 맛을 낸 음료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대체 우유 시장 규모는 2016년 83억원에서 2020년에는 431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2020년에 전년보다 11% 늘어난 26억달러(약 3조2000억억원)에 달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우유는 건강적인 효능과 함께 착한 소비로도 인식되고 있다. 주로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선택될 뿐만 아니라 일반 우유보다 칼로리와 지방 그리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 건강을 챙기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식물성 대체 우유에는 유당이 없어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어린이와 성인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또한 일반 우유 1L 생산에는 평균 628L의 물이 필요하지만, 같은 용량의 식물성 대체 우유인 귀리 우유는 50L의 물이 들어간다는 자료가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한 식습관 중 중요한 다른 변화는 설탕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빵과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와 탄산음료를 멀리하는 게 대표적인 설탕 줄이기 실천 방안이다. 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면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습관은 일회성 체크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몸 상태에 대한 트렌드를 알 수 있도록 입체적으로 전문가에 의해 체크되고 관리되는 게 특징이다. 


웰니스 맞춤형 서비스의 보편화

향후 웰빙형 생활을 위해 외모와 관련된 맞춤형 서비스도 보편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사 처방을 통해 뺨이나 입술을 두툼하게 하는 의료 서비스가 유행할 것이고 아름다운 피부를 갖기 위해 일부 피부과에서 시술하던 미세박피술이 의료 행위로 광범위하게 실행에 옮겨지고 스파도 보다 보편화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침대 매트리스에 센서가 부착돼 수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자전거 운동 등으로 연결해 개인 건강에 대한 입체적 자료 수집과 맞춤형 운동 처방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방안이 회자되고 있다. 또한 수면 데이터가 냉장고로 전달돼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거나 ‘스트레스에 벗어날 것’과 같은 경고 문구를 토해 내게 만드는 것이 멀지 않는 일이 될 전망이다. 

웰니스 산업을 선도하는 구체적인 제품군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외모, 피트니스 그리고 영양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뇌 건강 및 노화 방지 제품, 미용 보조제 및 미용시술, 영양 관리식품 등이다. 더불어 오염도가 낮은 천연 및 청정 제품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스킨케어 등 화장품, 종합비타민, 수면 관련 제품 등이 일상적인 소비로 다가오면서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상시 구독하는 제품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웰니스 시대에 빠르게 성장하는 또 다른 산업으로 피트니스가 손꼽힌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체력 관리는 물론 명상 수업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가 거의 모든 사람의 일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홈 피트니스 상품은 ‘펠로톤(Peloton)’이다.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펠로톤은 태블릿 PC가 부착된 사이클을 활용하는 운동 프로그램으로 매일 새롭게 출시되는 20여 개 프로그램에 고객들이 라이브로 참여하면서 미국에서 인기를 더하고 있다. 300만원대의 자전거가 부담이지만 같이 운동하는 동료는 물론 코치로부터 격려와 채찍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내운동으로서 정상을 고수하고 있다. 홈스마트 운동 업체인 미러(Mirror)는 스마트 거울에 나온 강사를 보면서 집과 사무실 등 자기만의 공간에서 운동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용하려면 1500달러(약 180만원)의 스마트 거울 구입 비용과 월 39달러(약 4만8000원)의 구독료를 내야 한다.

웰니스 산업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가전은 물론 거의 모든 기기가 웰니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기술개발 붐이 일고 있다. 식품은 물론 가전 제품들은 웰니스를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로 경쟁력이 평가되고 그 기준에 따라 제품은 물론 기업의 도태 여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자상거래로 대표되는 미래 마케팅은 웰니스 기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노출(연결)하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또한 기기의 성능과 서비스 품질은 데이터와 데이터를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도 중요해질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플루언서와 소셜미디어(SNS)가 작동하고 데이터 결합을 통해 가치 있는 정보를 만드는 것이 고객 창출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국가별 마케팅 전략도 초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국가별로 소비자의 특징을 살펴보면 일본인은 외모에, 독일인은 피트니스에 각각 관심도가 높으며 미국과 브라질은 식품 영양을 첫손가락에 꼽고 있다. 중국인은 천연 및 청정 제품(유기농)에 높은 구매 욕구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는 건강을 위협하면서도 건강 산업 증진에 기여하는 이중인격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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