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칼럼] 국민연금 개혁, 공정과 상식 기반돼야

2023. 1. 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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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지난 1월 27일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의 시산 결과가 발표됐다. 과거 정권에서 알박기한 인사들이 공정과 상식의 윤석열 정부를 농단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재정평가에서 필요보험료율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어처구니없는 논쟁으로 아무런 개혁도 하지 않고 넘어간 수법을 재연하고 있다. 보험료율이 15%를 넘어가면, 가입자들은 국민연금으로 손해를 보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보험료율이 35% 수준이라는 의미는 국민연금보험료, 세금, 건강보험료,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과 관리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한 푼도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40년 동안 자기 소득의 35%를 내고, 65세 이후 20여 년 40%를 받는 거래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위한 국민이 됐다. 터무니없는 수치들이 '재정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 보도되는 것은 세계의 조롱거리다.

이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공정과 상식을 농단하는 사람들의 주도면밀한 준비가 있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도자료에서 국민연금법 4조 1항을 빼고 2항만 제시한 것도 의문이다.

지난 1974년 국민연금법이 시행됐었을 때, 국민연금제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4년 국민연금법 4조는 단순하게 연금액만을 조정하도록 기술됐다. 기본적으로 연금급여를 조정하는 일종의 확정기여형의 제도로 출발했다. 1998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연금급여수준과 연금보험료를 동시에 조정하는 부분적립식으로 국민연금제도가 변화했다.

누더기식 개정으로 소득대체율 논쟁과 연금보험료율의 논쟁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25년을 허송세월했다. 지난 정부 인사들이 엉뚱하게 부과방식을 들고 나왔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는 시기에 부과방식은 연금 제도 자체를 무너뜨리면서 경제에도 해가 된다.

소득대체율 논쟁이 끊임없이 지속된 이유는 기준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한 개인이 40년 동안 벌어서 평생 연평균 소비할 수 있는 최대의 금액은 얼마이겠는가. 조세부담률이 20.2%, 그리고 실질 이자율이 1.3%일 때, 퇴직 전 소득의 37% 정도를 쓸 수 있다. 소득으로 세금만 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공과금을 내야하고 이자 소득세도 내기 때문에 이마저도 다 쓸 수 없다.

소득이 있는 40년 동안 세금 내고 자신이 쓰고 나머지를 아이들을 키우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저축해야 한다. 정부가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해 주겠다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의 돈으로 충당하겠다는 의미다. 특수직 연금이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국민연금은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만 가능한 이야기다.

빚을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는 세대간 공정한 소득대체율은 얼마인가.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서 제시한 실질 이자율 1.3%에서, 연금보험료율 10%와 소득대체율 30%를 유지하면 국민연금은 고갈되지 않고 세대 간의 불평등도 없어진다. 연금보험료율 10%에서 공정소득대체율은 30%이다.

부과방식은 법에 근거가 없는 제도다. 부과방식은 현재 노령연금수급자에게 지급할 돈을 가입자에게 갹출하는 방식이다. 향후 30년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확정된 상황에서 제도가 성립할 수 없다. 자신이 낸 돈도 못 받는 제도를 누가 지지하겠는가. 2055년 기금이 고갈된 이후 가입자가 증가한다고 해도 가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보험료율로는 약속한 금액을 연금수령자들에게 지급할 수 없는 것이다. 제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시산 결과 국민연금의 수지적자 시점도 2041년으로 앞당겨졌다. 2041년 이후 자본시장의 수급에서 부정적 영향이 지속된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창구 하나가 사라진다. 국민연금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노후를 위해 저축한다. 저축된 금액은 종잣돈이 되어 경제를 성장시킨다. 그리고 그 과실을 나눌 수 있었다. 이를 대신한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저축이 아니라 이전지출로 전환되면서 성장 경로가 사라진다.

18년 후의 문제로 현세대의 문제다. 공정과 상식으로 국민연금제도를 개혁하여 모든 세대의 풍요를 지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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