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부터 연기까지 버릴게 하나도 없다 [김덕희의 온스테이지]

파이낸셜뉴스 2023. 1. 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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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역경을 딛고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의 삶은 그 자체로 매우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며, 예술가야말로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접점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의 이야기는 공연예술의 단골 소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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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테 남매의 이야기'웨이스티드'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뮤지컬 '웨이스티드' 연합뉴스
예술가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역경을 딛고 위대한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의 삶은 그 자체로 매우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며, 예술가야말로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접점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의 이야기는 공연예술의 단골 소재가 된다. 뮤지컬에서는 '실비아, 살다' '랭보' '루드윅'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메리 셸리' 등이 예술가를 소재로 삼은 공연들이다.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연극열전에서 제작한 두번째 뮤지컬 작품이다. 연극 작품을 꾸준하게 제작해온 연극열전이 뮤지컬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연극열전의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담보한 작품을 만나기는 정말 쉽지 않은데, '웨이스티드'는 제목과는 정반대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완성도 높은 공연이었다.

'웨이스티드'는 브론테 남매들에 대한 이야기다. '제인 에어'의 샬롯 브론테,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 '애그니스 그레이'의 앤 브론테 등 세 자매와 남동생 브랜웰 브론테. 한 집에서 4명의 예술가를 배출했고, 역사에 남을 소설들을 남겼지만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여류소설가의 굴레와 가난과 병에 시달려야만 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소설을 실명으로 발표하지 못해서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베일에 쌓여 있었고, 정작 성공을 누릴 수 있는 시기에는 병으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

브론테 일가의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슬픈데 6남매에서 첫째와 둘째는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고,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셨으며, 남동생 브랜웰 브론테도 술과 아편에 중독돼 결국 죽었다. 이어 1948년에 에밀리 브론테(30세), 1949년 앤 브론테(29세) 그리고 샬롯 브론테는 결혼을 하고 이듬해인 1855년에 임신 9개월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사건을 중심으로 극적인 구성을 한 것이 아니라 브론테 남매들의 삶을 샬롯의 회상 형식으로 나열한다. 나열식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 밀도 높은 대본, 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식의 음악들, 내용과 형식을 매끄럽게 붙여놓은 연출을 통해 공연의 모든 시간과 장면을 속도감 있고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성도 높게 만들어졌다. 소극장에서 대본·음악·연출의 밸런스가 좋은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이런 점에서 주저없이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연기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데, 첫째는 작품 자체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완성되도록 설계돼 있고, 둘째는 찰떡같은 캐스팅으로 연기·춤·노래에 비주얼까지 다 갖춘 배우들의 속 시원한 연기와 노래를 경험할 수 있어서다. 가까이에서 배우의 연기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소극장 뮤지컬의 장점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이 공연은 매우 '똑똑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웨이스티드'의 초연을 놓치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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