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괴테는 '실수는 인간적인 것'이라고 했다. 실수란 것은 우리 인생의 자연스러운 부분이고 또 실수를 통해 더 발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수도 없이 이뤄지는 금융거래에서의 실수는 우리에게 큰 낭패를 불러오기도 한다. 숫자나 이름을 헷갈려서, 금액을 착각해서, 자판을 잘못 눌러서, 술 먹고 정신이 혼미해서…순간적인 실수로 엉뚱한 사람에게 돈을 잘못 보냈는데 받은 사람이 그 돈을 안 돌려주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야말로 법대로 해야 하지만 평범한 서민들에게 법이란 것은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다. 소송비용에 따른 금전적 손해는 물론 시간적 낭비와 정신적 피해 등, 작은 실수치고는 결과가 고약하다.
예금보험공사는 2021년부터 착오송금에 의한 피해 회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실수로 보낸 돈을 받은 사람이 송금인의 반환 요청을 거부할 경우에 이용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착오송금인의 신청을 받으면 착오송금을 받은 사람의 주소와 연락처를 확보하여 잘못 받은 돈을 반환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환을 거부할 경우 법원의 지급 명령 또는 압류 등 법적 절차를 통해 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2022년 말까지 5000여 명의 착오송금인에게 돌려준 금액이 총 60억원이 넘는다. 이 제도를 이용함으로써 소송과 비교할 때 건당 최소 약 105만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반환 기간도 93일 이상 단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안내와 홍보도 지속하고 있지만 착오송금의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그 피해자도 계속 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실시간 계좌이체 같은 비대면 금융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잘못 송금된 횟수도 늘고 송금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5만원에서 1000만원 이하 착오송금에 대해서만 반환 지원을 하였는데 예금보험공사가 지원하는 상한 금액을 올려달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세 계약금 3500만원을 잘못 송금했는데 왜 1000만원까지만 지원해 주느냐는 어느 주부의 하소연부터 물품 거래 대금을 잘못 송금해 이 돈을 못 돌려받으면 직원 월급을 못 준다고 애원하던 중소업체 사장님까지 사연도 구구절절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022년 말에 잘못 송금된 금액을 되찾을 수 있는 금액 상한을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했다. 착오송금을 한 금융소비자들 80% 이상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이 이 제도를 쉽게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와 안내 기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입금된 돈을 받더라도 내가 왜 돌려줘야 하냐며 법대로를 고집하기보다 타인의 실수를 봐주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태도가 확산되었으면 한다. 계묘년 새해에는 "아이고! 실수하셨네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제가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희망해본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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