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 못 받게 되나

송연순 기자 2023. 1. 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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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금 2055년에 소진돼도 지급 중단 없을 것"
보험료율 9→15% 인상…가입연령 64세 상향 추진
국민연금공단 사진=연합뉴스

저출산·고령화가 국민연금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정부가 연금개혁에 나섰다. 부양하는 젊은 세대가 줄어드는 반면 수명 연장으로 연금을 타가는 고령층이 늘면서 연금 고갈 시점도 빨라져 1990년생은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예측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소속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까지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한 연금개혁 초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27-28일 이틀간의 회의에서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 보험료율 등 국민연금 핵심변수 조정을 통한 연금개혁 초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는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기존 40%에서 50%로 올리는 안과,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40%로 두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행 59세인 연금가입 상한 연령을 연금 수급연령 상향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개혁 논의는 '더 낼지'(보험료율), '더 받을지'(소득대체율), '더 늦게 받을지'(수급 개시연령) 등 수치를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 대해 알아본다.

△연금개혁 왜 추진하나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연금을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은 줄어들면서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경제 활동 인구가 보험료로 낸 기금에서 고령층에게 일정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 보험 제도다. 기본적인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재설계를 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청년층의 경우 산술적으로는 납부한 원금도 못 받게 된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1998년 제1차 국민연금 개혁에 따라 기존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상향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가입 상한 연령은 59세로 계속 남아 약 5년간의 납부 공백이 있는 상황이다. 고령화와 정년 연장으로 장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만큼, 가입 상한 연령을 수급개시 연령에 맞춰 상향해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여러 나라들도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공적연금을 개혁에 나서고 있다. 주된 방안은 소득대체율 축소, 보험료 인상, 수급연령 상향 등이다. 독일의 경우 2001년에 소득대체율을 70%→53% 축소했으며, 2005년에는 연금 수급 연령을 2029년까지 65세→67세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영국은 2007년 연금 수급 연령을 65세→68세 상향 조정했고, 호주는 2014년 기업퇴직연금 보험료 9%→9.5% 인상. 2025년까지 12%까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소득대체율을 2004년 59.2%→2020년 50.2%로 내리고, 연금 수급 연령도 2013년부터 3년마다 1세씩 늦춰 2025년에는 65세에 연금을 받도록 했다.

△쟁점으로 부상한 소득대체율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인 소득 대체율은 40%다. 국민연금이 시행됐던 1988년 보험료율은 3%인 반면 소득 대체율은 70%였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1차 연금개혁 이후 24년째 9%에 머물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 자문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5%로 올리는 동시에 소득대체율도 기존 40%에서 50%로 올리는 안과,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40%로 두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안 모두 보험료율 인상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미래세대에 재정적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에, 용돈 수준의 낮은 급여 수준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려 보장성을 높이는 데 개혁의 방점을 둔다.

우리나라가 보험료 인상 등 연금개혁을 하지 않은 채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 40%의 현행 연금체제를 유지할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를 고려할 때 지금 청년층과 미래 세대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5차 재정계산을 담당한 국민연금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기금고갈로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국민연금 운용방식을 변경해도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을 지속하려면 보험료율(부과방식 필요보험료율)이 2060년 29.8%, 2070년 33.4%, 2080년 34.9%에 달해야 한다. 현재의 보험료율 9%와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높다. 다시 말해 미래세대는 국민연금 보험료로만 소득의 30%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전체 연금 수령자(582만 1915명)의 월평균 연금액은 57만 1945원이다. 최소 노후 생활비에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20년 이상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노령연금을 받는 이들은 76만 2643명인데, 이들의 월평균 연금액은 97만 227원이다. 부부가 모두 20년 이상 가입해 연금을 받아야 간신히 최소 노후 생활비 수준이 된다.

△1990년생, 연금 못 받게 되나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2055년은 1990년생이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인 만 65세가 되는 해이다. 현재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연금 기금 소진 후에도 국민연금을 현재처럼 지급하기 위해선 보험료율이 2050년에 22.7%, 2060년엔 29.8%, 2080년엔 34.9%가 되어야 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추계대로 2055년에 적립해 놓은 기금이 바닥을 드러낼 경우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연금제도를 책임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기금 고갈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로 연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영국·독일·스페인 등은 기금은 거의 바닥이지만 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독일은 연금 지출의 4분의 1을 국고로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기금소진에 대비한 국가 지급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2014년 1월 개정된 국민연금법에서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은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연금법의 '국가의 책무'를 넓게 해석하면, 정부 대책에 기금소진 후 국가가 세금을 투입하는 것 외에도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대폭 올려서 가입자한테서 보험료를 더 많이 거두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금 운용 방식은 기금을 쌓고 투자해 수익을 올려서 연금으로 지급하는 '적립 방식'과 해마다 그 해 필요한 연금 재원을 당대의 젊은 세대한테서 세금이나 보험료로 거둬서 연금을 주는 '부과 방식'으로 나뉜다. 보험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쪽은 기금 운용방식을 현재의 '적립 방식'에서 일정 시점이 지나 '부과 방식'으로 바꾸면 된다는 주장을 펴왔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쟁은 부각되지 않고 있다.

△수급 개시연령 늦추면 '소득절벽' 우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놓고는 올해 만 63세에서 장차 67세까지 늦추는 것이 개혁 방안으로 거론된다. 올해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지게 설계돼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이 늦춰지면 현재 59세인 의무가입 상한 연령도 늦춰질 전망이다.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퇴직 후 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나이까지 '소득절벽'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정년 연장, 노후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노후 일자리 대책과 함께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보고서(Pensions at a glace 2021)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소득 중 국민연금·기초연금 등으로 받는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25.9%였는데, 멕시코(5.1%), 칠레(19.3%)를 제외하곤 가장 낮았다. 정년(60세)과 연금 수령 연령(65세) 사이의 공백으로 인해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2016년 통계를 보면 노인 소득 중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이 42.8%로 일본(2013년·30.5%), 미국(2019년·24.7%), 영국(2018년·10.3%), 캐나다(2017년·17.1%), 호주(2014년·17.2%)와 큰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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