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넷플·테슬라의 과감한 엔데믹 생존법
팬데믹 시대에서 고공 성장한 빅테크들이 최근 변화한 위기 대응 전략으로 소비 시장을 흔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넷플릭스, 그리고 전기차 가격을 확 낮춘 테슬라다.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팬데믹 국면에서 가입자가 폭증하며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성장 동력이 떨어지자 넷플릭스는 작년 11월 광고요금제라는 새 옵션을 소비자에게 내놓았다.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시장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광고요금제 덕분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신규 가입자 확보를 이뤄냈다.
테슬라의 발 빠른 태세 전환도 주목할 대목이다. 새해 들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격을 최대 19.7% 인하하며 시장에 가격 파괴 경쟁을 촉발했다. 테슬라는 지난 팬데믹 때도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더 큰 수혜를 누렸다. 팬데믹발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포기해야 했다. 반면 테슬라는 기술 혁신으로 반도체 종류와 수를 줄인 덕분에 생산 차질이 덜했다.
테슬라의 이번 가격 인하 조치는 소비자 관점에서도 박수를 받을 일이다. 지난 2년간 완성차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자동차 값을 올려받았다. 차를 적게 팔고도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둔 '카플레이션' 시대가 끝물에 이르자 테슬라는 가장 먼저 자동차 값을 내리는 '양심 기업'이 됐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의 재무장을 주문한다. 대다수 기업이 위기 대책 회의에 골몰하는 사이 넷플릭스와 테슬라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를 택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넷플릭스를 창업한 리드 헤이스팅스는 "창업자도 진화해야 한다(need to evolve)"며 최근 용퇴를 선언했다. 위기 상황에서 과감하고 통 크게 행동하는 일등 기업의 원초적 본능은 작금의 엔데믹 상황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재철 디지털테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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