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범절 지켜야” “네거티브 안 한다더니” 세지는 김기현·안철수 ‘입’

국민의힘 안철수, 김기현 의원이 지난해 7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구도가 사실상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2파전으로 굳어진 뒤 두 사람 간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경합 상황을 대세론으로 바꾸려는 두 후보 간 기싸움이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요즘 안철수 후보가 사사건건 자꾸 발목 잡기를 하는 것 같다”며 “비판을 위한 비판도 한두 번이지 좀 과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 현역 의원 중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계속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하면 결코 성공적으로 당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의 약점을 건드린 것이다.

앞서 안 의원은 김 의원이 지난 28일 개최한 ‘수도권 통합 출정식’에 국민의힘 의원 28명 등 8000여명이 모였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무조건 사람들만 많이 모아놓고 행사를 하는 게 전당대회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규 34조에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은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당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의원 수도권 출정식에서 당규 위반이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김기현을 지지한다고 하는 것이 전당대회 취지에 안 맞다고 하면 투표를 왜 하나”라며 “좀 생뚱맞은 얘기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날 서울 서초을 당원연수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을 향해 “보수당은 품격을 존중하는 정당”이라며 “전통과 예의범절을 잘 지켰으면 한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안 의원은 이날 인천을 찾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네거티브 안 하겠다고 말하더니 번복하는 게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여당) 의원들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안 의원 캠프 윤영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의원이) 네거티브 전략으로 급선회한 이유가 혹시 조급함 때문이 아닌지 궁금하다”며 “김 후보가 끓인다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에는 연대와 포용이 빠진 것 같다. 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전날도 차기 당대표가 행사할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맞붙었다. 김 의원은 “다음에 자기가 대권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자기편을 넣고 싶은 유혹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안 의원을 겨냥했다. 이에 안 의원은 “대통령 임기 초반이고 그(총선) 이후로도 3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사람만이 대선에 오를 수 있다”며 “대선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분의 단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