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올린 삼성SDI '올해도 달린다'
‘미래 배터리’에 초격차 기술력 집중
삼성SDI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세에 힘입어 중대형 전지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에 삼성SDI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2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삼성SDI는 올해 자동차 전지 시장이 전년 대비 40% 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며,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끌어올려 전년에 이어 높은 성장세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부문 매출 급증…호실적 견인
삼성SDI는 30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매출 20조1241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전년 대비 48.5%, 69.4% 증가한 규모로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조96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251억원으로 84.7%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의 경우 매출은 11.1%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등 영향으로 13.3% 감소했다.
삼성SDI의 연간 및 분기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은 에너지 부문 매출이 주효했다. 에너지 부문 연간 매출은 17조5663억원으로 전년 대비 60.4%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2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2% 급증했다.
4분기 실적만 놓고 봤을 때 성장률은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삼성SDI 에너지 부문 매출은 5조34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뛰어올랐고 영업이익은 35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8%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 당시 중대형 전지와 관련한 수요둔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매출이 확대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자동차 전지는 ‘P5(Gen.5)’를 중심으로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도 전력용 프로젝트에 공급돼 매출이 크게 늘었다. ‘P5’은 삼성SDI의 최신 기술 소재와 공법을 적용한 배터리로 BMW·스텔란티스 등 고급차 브랜드에 납품되고 있다.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6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영업이익은 13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 고부가 디스플레이 소재를 중심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전기차 수혜, 올해도 이어질 것”
삼성SDI는 올해 1분기부터 중대형 전지 P5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를 관통하는 고금리 기조와 경제성장률 둔화로 자동차 소비 심리가 다소 위축될 수 있으나,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공급망 이슈도 일부 완화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한다면 전반적으로 전기차 생산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SDI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 전지 시장은 전년 대비 약 39% 성장한 약 15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올해 1분기 자동차 배터리와 ESS 전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성장하며 연간 실적 신기록을 향한 시동을 제대로 걸 수 있을 것이란 진단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특히 자동차 배터리는 헝가리 신규 라인 가동이 확대되고 고객사 신모델향 공급이 늘면서 P5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P5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 판매 비중을 높여 호실적을 이어가는 한편 중장기 성장을 위한 수주 활동과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 제품 준비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형 전지 시장은 전년 대비 약 7% 성장한 380억달러로 예측된다. Non-IT용 소형 전지에서도 전기차 시장 활성화가 든든한 받침이 되어줄 전망이다. 또 IT용 소형 전지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정체될 것으로 보이나 폴더블폰 확대로 플래그십용 수요는 증가할 전망이다.
이재영 소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해당 부문서 전동공구는 주택경기 부진으로 성장세가 예년 대비 둔화될 것이나 2분기부터 수요를 점차 회복해 판매가 증가할 것이고, 전기차용 원형전지 시장은 연중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부문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되므로 당사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해 시장별·용도별 특성에 맞는 고용량·고출력 신제품을 1분기부터 선봬 제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자재료 시장은 전방 시장 수요 둔화 영향으로 성장이 소폭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고기능성의 신제품을 적기에 공급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라인 연내 가동”
삼성SDI는 올해에도 초격차 기술력으로 미래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충남 천안에 구축 중인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46파이) 파일럿 라인에 관심이 쏠리자 손미카엘 부사장은 “올해 상반기 내 설비 준비를 마치고 연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현재 다수의 파트너사와 협력 방안 및 양산 계획에 대해 논의 중이고 시험생산 라인에서 샘플 생산을 시작한 후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전지 대비 지름과 높이를 늘려 에너지 밀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와 SCN(실리콘을 머리카락 수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해 흑연과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한 신소재) 음극재 기술로 용량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통형 배터리를 장착하는 전기차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삼성SDI의 이러한 구상은 향후 실적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글로벌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약 108GWh 수준에서 오는 2025년 241GWh, 2030년엔 705GWh로 연평균 27%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테슬라가 대부분이지만 BMW·GM·스텔란티스 등도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확정했거나 논의 중으로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며 “상용 전기 트럭의 본격 판매도 2025년 이후부터 커지기 시작하고 이외에 전기 오토바이와 자전거, ESS도 원통형 배터리 수요를 확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SDI는 지난해 배당을 보통주 기준 1030원(우선주 1080원)으로 결정했다. 기본 배당금 1000원(우선주 1050원)에 연간 잉여현금흐름의 5%를 추가 환원한 것이다. 총배당금은 690억원이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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