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부총재 나올까’···양성평등 시험대 오른 일본 중앙은행(BOJ)

김능현 기자 2023. 1. 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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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BOJ) 총재의 후임 인선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BOJ 부총재 자리에 여성이 처음으로 진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유난히 여성의 고위 공직 진출이 드문 편이다. 이 때문에 여성 부총재 탄생 여부는 기시다 내각의 성 불평등 해소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구로다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전문가 명단에 여성 경제전문가의 이름은 한 사람도 올라있지 않다”며 “일본 금융권에서는 차기 BOJ 지도부의 핵심인 부총재 자리에 여성이 한명은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현 구로다 BOJ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까지이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오는 2월 총재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 금융권에서 오르내리는 주요 BOJ 총재 후보는 통화전략가인 아마미야 마사요시 BOJ 부총재, 구로다 총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비판해온 야마구치 히로히데 전 부총재, 글로벌 시장에서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나카소 히로시 전 부총재 등이다. 총재 후보에 거론되는 이들 중 여성은 단 한명도 없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직을 여성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등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금융권에서는 총재 후보에 여성이 없는 상황에서 부총재 자리에 여성을 임명하는 것은 성 다양성 측면에서 뒤처진 일본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일본은 아직까지 BOJ 총재는 물론 부총재에도 여성을 임명한 전례가 없다.

일본 금융권에서는 이번에는 여성 부총재가 배출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따르면 여성 부총재로 누가 적당하냐는 질문에 이코노미스트 36명 중 23명이 BOJ출신이자 현 일본연합연구소(JRI) 의장인 유리 오키나를 지목했다.

유리 오키나

일본은행에서 첫 여성 임원이 된 시미즈 도키코 이사도 주요 후보 중 하나다. 시미즈는 지난 2020년 BOJ 138년 역사상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임원 자리를 꿰차 큰 화제가 됐었다.

JPMorgan 수석 일본 주식 전략가인 하라 리에는 “이번에 부총재 자리 중 한곳에 여성이 임명되지 않으면 양성평등에 대한 진전이 5년 더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시미즈 도키코

이번에 임명되는 부총재는 차기 내지 차차기 총재 후보라는 점에서도 여성 임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BOJ 총재 자리는 일본 재무부 출신과 BOJ 내부 출신이 번갈아 맡는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구로다 현 총재는 재무부 출신이며 현재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 3명은 모두 BOJ 출신이다. 즉 이번 여성 부총재에 재무부나 BOJ 출신이 오면 차기 내지 차차기에 여성 총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재무부와 BOJ에 여성 인력 풀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재무부 고위직 후 여성 비율은 2.6%, BOJ는 임원 중 한명만이 여성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금융권에서 여성 부총재 임명은 금융부문을 넘어 사회 전반에 성별 다양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BOJ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에게도 자극이 될 전망이다. BOJ 고위직에는 여성이 극히 드물지만 전체 직원 중 49%는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여성 관리자 비율도 지난해 15%를 넘었다.

여성 부총재 임명은 일본 정치권이 성 다양성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일부 불식시킬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20년까지 관리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유엔의 목표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후임인 기시다 총리는 2020년 앞치마를 입은 아내가 저녁식사를 차려놓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진을 공개해 구설에 오른 바 있으며 2021년 10월 취임 이후에도 여성 전문가 발탁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현재 20명으로 구성된 기시다 내각에 여성은 단 2명이다. 또 중의원 운영위에도 여성은 한명도 없다.

일본은 관료 뿐 아니라 기업의 경우에도 고위직에 여성이 드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본 3795개 상장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의 비율은 9%에 그친다. 이 때문에 일본은 각종 조사에서 양성 평등 분야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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