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디지털 창세기](4)디지털시대의 행복

2023. 1. 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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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한가.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헌법은 행복추구권을 인정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은 각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고대 동양에선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공덕을 쌓으면 하늘이 행복을 내린다고 했다. 에피쿠로스는 금욕적 삶,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은 양적 또는 질적 차원의 즐거움을 중시했다. 영국 철학자 존 로크는 국가가 개인의 생명·자유·재산을 보호하고 개인은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인의 말씀은 항상 옳다. 그러나 교과서에 나오는 행복에 불과하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권력과 명예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을까. 상상이나 수양만으로 행복하긴 쉽지 않다. 뇌세포를 자극해서 인위적으로 즐거움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안다면 그 행복도 순간에 그친다. 유엔은 1인당 국민총생산, 복지, 개인의 행복 체감도, 중산층과 빈곤층 비율을 기준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발표한다. 국가가 행복하다고 국민 개개인도 행복할 것 같진 않다. 권력, 부와 명예가 있는 사람도 극단을 선택하는가 하면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즐겁게 살기도 한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이면 그만큼 행복할 수 있다. 진화론적 관점도 있다.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일이 생기면 행복을 느낀다. 권력·부·명예를 갖는 것 이외에도 좋은 음식을 먹고, 잠을 충분히 자고, 좋은 사람과 교제하고, 하는 일이 원만한 경우다. 반대의 경우는 불행할까. 이런저런 사고로 다치거나 피해가 나면 행복하지 않다.

행복에는 약간의 속임수가 있다. 좋은 일이 생기면 행복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행복도 사라진다. 나쁜 일이 생기면 고통을 느끼는 데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행복이 오래 가면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생존과 번식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쁜 일이 있다고 해서 고통을 오래 느낀다면 그것도 생존과 번식에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나쁜 기억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고통만이라도 줄어들게 진화한 것이 아닐까.

디지털시대에는 변화가 많다. 오프라인에 더해 온라인, 모바일, 메타버스로 접촉면이 늘어났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세상이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일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오프라인에선 알 수 없는 일을 온라인·모바일 사회에선 금방 알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 모두 잘난 삶을 올리니 나만 뒤처지고 불행한 것 같다. 세상은 변하는데 나만 그대로 있다면 불안하다. 덩달아 부동산·주식·암호화폐 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까 선뜻 뭔가에 나서지도 못한다. 직장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해도 평생 다닐 직장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변화없는 삶에 행복이 깃들지 않는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화에 올라타야 한다. 일상에서 작은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대응은 위험을 수반한다. 한순간에 큰 차이를 만들려고 하지 마라. 부동산·주식·암호화폐처럼 큰 손실과 불행을 맛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으면서 작은 성과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맛집, 여행, 독서, 운동, 예술, 관심 분야 연구 등 일상에서 작은 차이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맛집을 찾던 사람이 맛집 유튜버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일상의 작은 차이는 행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업무·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조그만 차이가 생활을 혁신하고 행복을 높인다. 작지만 즐거운 데이터를 많이 접하고 만든다면 그것을 받아들여서 생각·판단·실행하는 우리 뇌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행복이 모여서 블록체인처럼 연결되면 나와 연결된 많은 사람이 행복을 나눌 수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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