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충격에도 기업 주가 ‘쑥쑥’...“특이한 공통점 있네”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3. 1. 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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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세미콘·삼성증권·현대건설
주가 10% 이상 상승 이어가
지난해 큰 폭 하락 기저효과
금리인상 마무리 기대감 겹쳐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국내기업이 작년 4분기 우울한 실적을 발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도 주가는 상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연초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풀이한다. 31일부터(현지시간 기준) 이틀간 진행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 27개사 중 18개사가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보다 낮은 어닝쇼크(실적충격)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은 경우 어닝쇼크로, 10% 이상 높은 경우 어닝서프라이즈로 나뉜다. 통상 4분기는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밑도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해도 많은 기업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셈이다.

어닝쇼크를 기록한 기업도 올해 들어 10% 이상의 주가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달초 실적시즌을 개막한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경기 부진에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37.4% 낮은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실적을 발표한 지난 6일 1.4% 올랐고 1월 들어서는 16.8% 올라 6만 초중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오는 31일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생산전략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혹한기에도 그동안 여러 차례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미 기술적 감산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하면서 만약 향후 본격적인 감산에 나선다면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뛰어오르고 업황 턴어라운드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LG전자는 전망치 대비 83.5% 낮은 693억원, LG이노텍은 58.7% 낮은 1700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47.6% 낮은 2374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적자전환), 포스코케미칼(-94.8%), LX세미콘(-78.3%), 현대건설(-49.9%), 미래에셋증권(-52%), 삼성증권(-78.3%) 등도 줄줄이 어닝쇼크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1월 한달 동안 코스피 지수(11.1%)를 상회하는 10%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현대차(10.5%), 기아(11.5%) 자동차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18.7%), SNT모티브(17.3%)만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의 전반적인 상승랠리가 작년에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해석했다. 코스피 지수는 작년 한 해 동안 25%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만 11% 올랐다. 반도체 업황은 턴어라운드 시그널이 감지되지만 다른 업황은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은 경기사이클에 선행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올해 최악의 경제성장률은 이미 작년에 반영돼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며 “현재까지는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올랐다면 향후 좋아질만한 실적이 탄탄한 기업인지 아닌지 차별화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해에는 주식 시장에서 큰 반등이 나왔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가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 미만의 성장률은 1970년 이후 역대 다섯번째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0.7%), 2009년 금융위기(0.8%), 1998년 외환위기(-5.1%), 1980년 2차 오일쇼크(-1.6%) 등 경제위기 시절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경제위기 시절 코스피 지수는 대부분 30% 넘게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2020년(30.8%), 2009년(49.7%), 1998년(49.5%), 1999년(82.8%) 껑충 올랐다. 1980년 코스피 지수는 10.2% 하락했지만 1981년에는 22.9% 올랐다.

일각에서는 2000~2001년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닷컴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당시 미국 금리인상 후반부에서 미국 주가는 상당 폭 반등했지만 금리인하 국면에서 수요 위축과 실적 악화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회복의 핵심은 금리인상의 끝에 다가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연준이 금리인하를 부인하는 현재가 막상 금리인하가 시작했을 때보다 주식시장에는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9월 S&P500지수는 단기 저점을 찍은 후 최대 24%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적인 급락장이 펼쳐졌고 결국 지수는 40%가량 폭락하며 레벨 다운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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