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알 낳는 닭 안 키우고 사료 값만 아낄 건가”...제약바이오협회장 제약정책 ‘쓴소리’

김양혁 기자 2023. 1. 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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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목 제약바이오협회장, 신년 기자간담회
작년 기준 1630조 의약품 시장, 2028년 2307조
“제약주권 확립 시급…세계 각국 주권 확보 경쟁”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률 2021년 60.1%…10년새 20%p ‘뚝’
“한국, 열악하고 컨트롤타워 시급” 작심발언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를 주제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미국은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까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대대적인 지원을 계획했고, 중국은 2030년까지 바이오산업을 180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에 발맞춰 정부도 제약·바이오 산업을 뒷받침할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합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달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미래를 위해 이뤄야 할 최우선 과제는 ‘제약주권 확립’”이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각국의 보건 의료체계 붕괴와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 등 대혼란을 목도하며 보건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며 “한 국가가 백신과 필수의약품 등을 자력으로 개발·생산·공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할 때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제약산업, 반도체보다 크다…자국 공급망 강화 추세 지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630조원에서 연평균 6% 성장세를 이어가 오는 2028년 23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만 봐도 한국의 먹거리로 대표되는 반도체(740조원)를 웃도는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2021년 기준 60.1%다. 2011년(80.3%)과 비교하면 10년 새 20%p(포인트) 하락했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24.4%에 그치고 있다.

반면 세계 각국은 백신을 비롯 필수의약품을 개발·생산·공급 역량 확보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의약품 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를 내놨다. 바이오 의약품만 아니라 에너지, 농업 등 바이오 분야 전 산업에 걸쳐 미국 내 생산과 연구를 강조한 행정명령이다. 미 정부는 자국 내 바이오 생산기반을 구축하는데 10억달러,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생산시설을 보호하는 데 2억달러 등 총 2조7000억원을 예산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미 정부가 행정명령 서명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이 되는 올해 3월쯤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역시 ‘건강중국 2030′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180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일본은 일찌감치 ‘바이오전략 2030′을 수립하고 범정부 연구개발 컨트롤타워인 ‘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설치했다. 최근 5년 동안 제약·바이오 R&D에만 8조원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세계 제약·바이오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급격한 산업 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기준 1630조원이었던 세계 의약품 시장이 연평균 6%씩 늘어나 2028년 230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은 740조원 규모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제약주권 없이 제약강국 없다’를 주제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韓 열악하다” ‘작심발언’…”제약 주권 확보 초당적 접근 필요”

원 회장은 지난 2017년 제21대 협회장 취임 이후 6년 동안 제약바이오협회를 이끌고 있다. 협회 정관상 협회장 임기는 2년으로,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 결의를 통해 2년 동안 한 차례 더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원 회장은 정관상 보장되는 임기를 꽉 채운 셈이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원 회장은 이날 작심 발언도 이어갔다.

원 회장은 “정부에서는 지원을 많이 하지도 않으면서 프로젝트만 많다”며 “어떤 때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데 그게 약하다. 해외와 비교하면 우리가 어느 정도라고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보건의료 예산은 총 4조5000억원이다. 이는 미국립보건원(NIH) 연간예산 56조원의 12분의 1에 머무는 수준이다. 제약·바이오 R&D 예산 중 기업 지원은 14.6%에 그친다.

미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감염병 돌파를 위해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통해 14조원을 쏟아부었다. 원 회장은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올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초고속작전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추진한 뒤 개발 이후 90조~100조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냈고 자국민에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했고 세계 시장에서 이니셔티브(주도권)까지 확보했다”라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대통령 공약사항이고 업계는 대통령 직속으로 해달라고 요청해왔지만 현재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무총리 산하로 추진되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업무와 예산 집행을 피하려면 민간, 부처 간 협력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위원회에서 같이 모여서 함께 하고 서둘러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지난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신년간담회에서도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도 위원회 설립을 골자로 한 내용을 공식 제안하기도 했다.

원 회장은 “국내의 경우 R&D 이후 전임상 비율이 10%밖에 안 되는데 이를 컨트롤타워에서 기초연구를 선정할 때부터 (여러사람이)판단해야 하는데 연구하는 사람들만 논의한다”며 “인허가 기관도 함께 들어가서 과제 선정부터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봐야하고 그래서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이어 “병아리를 놔둘 게 아니라 닭으로 키워야 알도 낳고 하는데 지금 우리는 사료 값을 아끼려고 한다”며 “닭으로 키워 알을 계속 낳게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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