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이지만 낯선 담도암 "생존율 20% 개선 면역항암제, 새 치료옵션"

이창섭 기자 2023. 1. 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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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담도암 생존율 20% 개선… 암 사라져 4년째 약 끊은 환자도"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 요법, 지난해 식약처 허가
이명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담도암은 이름부터 낯설다. 2019년 기준, 전체 암 환자 중에서 담도암으로 사망한 비율은 4.9%다. 췌장암(7.2%)만큼이나 치명적인 암이지만 담도가 어디 있는 장기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담즙이 만들어진 곳부터 이를 저장하고 분비하는 이동 통로를 담도라고 일컫는다. 담도암은 그 통로에서 생긴 암이다. 담즙이 모이는 담낭(쓸개)에 생기는 암도 포함해 담도계 종양이라고 한다.

담도암은 치료제가 없었다. 췌장암 치료에 사용하던 화학항암제를 담도암에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이 국내 도입되면서 담도암 환자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생겼다. 이명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이 치료제를 직접 환자에 처방해 효과를 목격한 의료진이다.

담도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 CT나 MRI가 아닌 초음파 등 방법으로는 진단이 어려워 대부분 환자가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을 방문한다. 이 교수는 "이미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암이 많이 진행됐다는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진단 당시 약 60~70% 환자가 수술을 못하는 상태이다"고 설명했다. 담도암은 수술 이후 재발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약을 이용한 항암 치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 항암제나 췌장암에 쓰던 약을 그대로 담도암에 적용했다"며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담도암은 약이 없어서 걱정이었다. 환자에게 더는 쓸 약이 없는 것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대가 들어서는 췌장암에서 먼저 사용되던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 병용 요법이 담도암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기존 세포독성 화학항암제보다 부작용이 덜했지만 담도암 치료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이 힘을 보태면서 담도암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더발루맙은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젬시타빈·시스플라틴과 함께 사용해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을 치료할 수 있는 1차 약제로 허가받았다. 'TOPAZ-1'이라는 임상 3상 결과가 허가 근거가 됐다. 국내 연구진인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해당 임상 시험을 총괄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자랑스럽게도 국내 연구진이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주도했기 때문에 한국인과 아시아 환자가 많이 포함됐다"며 "연구에서 아시아 환자가 절반 이상 포함됐기 때문에 해당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에 더 잘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발루맙 병용 요법은 담도암 환자 생존율을 20% 개선했다. 2년 시점에서 환자 생존율은 24.9%로 비교군(10.4%)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암의 무진행 생존 기간은 더발루맙 병용 투여군이 7.2개월로 위약군 5.7개월보다 더 길었다.

실제 임상 시험에서의 효과는 단순 통계 수치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담낭의 큰 암 덩어리가 임파선까지 전이돼 수술할 수 없는 환자가 있었다. 임상 시험 특성상 해당 환자가 더발루맙을 투약하는지, 위약을 맞는지 알 수 없었다. 2년 후 임상이 종료된 뒤 확인해보니 더발루맙을 투약한 환자였다.

이 교수는 "평균 무진행 생존 기간이 7개월이었으니 보통 7~8개월 시점에서 치료 반응이 좋았어도 내성이 생기거나 다시 종양 세포가 커지는데 이 환자는 2년 시점에서도 반응이 잘 유지됐다"며 "통원 거리가 멀어져 지금은 약을 끊었고, 현재 4년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도 CT를 찍었는데 새로 온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보면서 해당 환자가 수술받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재발 소견이 없었다"며 "현재 눈에 보이는 병변은 없어 완전 관해가 관찰된다. 사실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 아닌가도 생각했었는데 종양이 서서히 줄면서 어느 시점부터는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명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면역항암제 장점은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직장 생활과 항암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더발루맙 투약은 하루만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는 식으로 진행된다. 직장인이라면 하루 연차를 내거나 토요일을 이용해 투약받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진료하는 담도암 환자 중 면역항암제 독성 때문에 투약을 중단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며 "실제로 약을 쓰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부작용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암이 없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본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기 때문에 일찍 항암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1차 치료까지는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담도암에서는 현재 표준 약제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 치료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이 교수는 "현재 담도암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 옵션인 더발루맙 병용 요법도 급여 정책에 반영해주면 좋겠다"며 "국민에게 돌아가는 재정 부담이 커서 자세히 살피는 것은 이해하지만 (담도암) 환자 수가 많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별로 없는 암에는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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