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한 존재가 오히려 강할 수 있다
상업화랑 지갤러리서 데뷔 화제
국내 아트선재센터 3인전 이어
英 No.9 코크스트리트 개인전
서울 청담동 상업화랑 지갤러리가 화려한 작업실로 변신했다. 작가와 조수들이 작업에 매진하는 낯선 풍경에 관람객들은 슬깃슬깃 훔쳐 보고 소곤소곤 대화를 나눈다.
1988년생 설치미술 작가 우한나의 담대한 실험이 펼쳐진 현장이다. 2월 24일까지 예약제로 열리는 이 전시는 ‘커넥션: 우한나 오픈스튜디오’다. 이곳에서 창조되는 작품들은 국내 비영리전시장 스페이스보안2 (2~3월)과 아트선재센터(3~6월), 영국 프리즈가 운영하는 런던 전시공간 ‘넘버나인 코크스트리트’ 에서 3월 9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차별화된 재료와 조형 언어로 주목받아온 우 작가는 지난해부터 국내외 여러 곳에서 전시 요청이 몰렸지만 을지로의 좁은 개인 작업실에서는 도저히 소화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이때 지갤러리 정승진 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정 대표는 “회화 일변도인 국내 미술계에 설치와 태피스트리 영역이 확장되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보석 같은 작가 우한나를 만났다”고 했다.
우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동 대학원을 마치고 송은아트큐브와 피에스 사루비아 등에서 개인전, 아르코미술관과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번 오픈 스튜디오가 상업전시 데뷔전인 셈이다. 매일 오전 2시간, 오후 1시간 공개되는 시간에 맞춰 예약하는 관람객들은 제작 중이거나 완성된 작품들을 보고 구매하기도 한다.
우 작가는 “처음에는 이렇게 작업 중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줘도 될까 걱정했는데 관람객 반응도 흥미로운 작업의 일부가 됐다”며 “기존 작업실의 10배나 큰 공간에서 기존 작업의 2.5배 크기 작품을 만드니 갑자기 키가 큰 느낌이다”라고 했다. 그는 “패브릭은 유연하고 약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나를 표현하기에 제격”이라며 “분절된 생명체, 상상의 동식물 등을 통해서 가혹한 도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여성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주변 여성들이 경험하는 임신, 출산, 육아, 경력중단 등의 현실을 작품화한다. 초현실주의 여성작가들에 영향을 받아 전혀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함께 공존하면서 파괴적이거나 창조적인 가능성도 품는다.
전시의 대표적 소재는 미국 텍사스 사막에 존재한다는 마른풀 ‘회전초’였다. 죽은 듯 보이지만 말라 있을 뿐 불이 붙으면 타는, 엄청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존재가 엉켜서 협력하는 작업으로 변신했다. 숙원사업으로 묵혀뒀던, 여성 생식기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호접란도 펼쳐져 있다. 신체 장기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작품은 형상과 색상의 불일치가 기묘하다.
정 대표는 “서구에서는 패브릭 설치작품이 인기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생경한 것이 현실이지만,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장르의 경계를 낮출 수 있었다”면서 “국내보다 해외 수요가 높은 장르인 만큼 우 작가를 세계에 알리도록 애써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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