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AI 법정 변호 계획 취소…“감옥 갈 것 같더라” 왜?

변호사협회의 형사 고발 위협에 포기
두낫페이 “온라인 소비자사건에 집중”

세계 처음으로 법정에서 인공지능 변호를 시도하려던 계획이 형사 고발 위협에 따라 취소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처음으로 인공지능을 법정 변호에 사용하려던 계획이 취소됐다.

‘세계 최초의 로봇 변호사’를 구호로 내세우는 두낫페이(DoNotPay)는 2월22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법정에서 열리는 교통 속도 위반 사건 재판에서 인공지능 변호를 실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 대표 조슈아 브라우더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호사협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후 만약 로봇 변호사를 실제 법정에 데려갈 경우 6개월 간 감옥에 갇힐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재판을 연기하고 소비자 권리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우더는 공영매체 ‘엔피알(NPR)’과의 인터뷰에서 “형사 고발이 실제 이뤄지지 않더라도 위협만으로도 그것을 포기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두낫페이가 계획했던 인공지능 법정 변호는 챗봇이 법정에서의 진술을 들은 뒤 이어폰을 통해 피고인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조언하는 방식이다. 챗봇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구동한다.

현재 법정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돼 있지 않지만 두낫페이는 허용 품목인 보청기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인공지능 변호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그는 이어 연방 대법원 사건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들에게 두낫페이의 인공지능 변호를 이용할 경우 100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로봇 변호사’를 구호로 내세운 두낫페이의 웹사이트

브라우더는 앞으로는 온라인으로도 처리할 수 있는 의료비 조정, 구독 취소, 신용 보고서 이의제기와 같은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두낫페이는 2015년 소비자문제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는 것으로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형화된 문답 패턴에 주로 의존했던 두낫페이는 2020년 오픈에이아이(OpenAI)가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지피티3(GPT-3)를 공개하고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기반한 서비스를 훈련하기 시작했다. 회사쪽은 영국과 미국에서 그동안 인공지능 챗봇이 관여한 사건이 약 300만건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