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댓글 국적 표기 법안 발의···“중국 댓글 제보 바탕”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인터넷상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김 의원 측은 중국 댓글과 관련된 제보를 바탕으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 중국에서 작성된 댓글 수는 0.2% 수준에 불과하다. 김 의원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같은 법안을 제출한 것은 근거가 부족한 혐오 정서에 기대어 일부 강경 보수층의 표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댓글을 작성할 때 작성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을 표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다른 국가로 우회 접속했는지 여부도 표기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고 주무관청에 제출하는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접속 서버를 해외에 근거하도록 한 후 대한민국 내 특정 이슈에 대한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조작하기 위해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하는 집단 내지 개인들이 생겨나면서, 온라인 여론이 특정 국가 출신 개인 내지 단체 등에 의해 특정 방향으로 부당하게 유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중국 댓글 관련 제보를 많이 받았다. 작년에 중국에서 미국의 선거에 개입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기사를 제보받기도 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명확하게 국적 표기를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댓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작성된 총 29만3551개의 댓글 중 해외에서 단 댓글은 2.0%(5788개), 중국에서 단 댓글은 0.2%(576개)에 불과했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면 중국에 서버를 둔 댓글 작성자들이 20대 여성이 같은 날 작성한 댓글(1635개)보다 적은 수의 댓글을 달고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1월29일부터 지난 29일까지 1년 동안 중국에서 단 댓글 수가 총 댓글 수의 0.4%를 넘긴 날은 하루도 없었다.
김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권 경쟁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일부 보수 당원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공약을 변주해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자 중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이라며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야당은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가 최근 4년 간 약 1조5595억원 흑자를 냈다며 윤 대통령이 표를 얻기 위해 근거없이 외국인 혐오 정서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공약은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마찬가지로 ‘여성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활동가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반중·혐오 정서에 기대 표를 얻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렇게 중국 때리기만 하면 민생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이주민들의 권리와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 측은 “(법안이) 중국을 타겟팅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은 댓글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라며 “그렇게 생각하고 법안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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