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먹는 플랑크톤을 사하라사막에 키운다면?

남종영 2023. 1. 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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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타트업의 참신한 탄소 포집 계획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약 3천㎞ 떨어진 사하라사막의 해안가에 설치된 인공 ‘해수 연못’. 영국 스타트업 ‘브릴리언트 플래닛’은 이곳에서 해조류를 키워 상업적인 탄소 포집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브릴리언트 플래닛 제공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탄소 포집 기술이다. 현재 논의되는 ‘2050 탄소중립 달성 시나리오’의 상당수는 탄소 포집 기술이 실용화된 것을 전제로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사회에서 연간 76억톤의 탄소가 포집되어야 한다고 본다.

탄소 포집은 대기나 해양 등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행위다. 이산화탄소를 땅속이나 특정 물질에 저장해 온실가스 농도를 낮출 수 있다. 탄소 포집에는 인위적 장치를 개발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적 해결책’ 그리고 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 같은 ‘자연기반해법’(NBS)으로 나뉜다. 이를테면, 화석연료 발전소에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땅에 묻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인 기술적 해결책이다. 자연기반해법은 지구 시스템에 기댄다. 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심고, 습지를 파괴하지 않는 인류가 자연 속에서 살았던 전통적인 접근법이다.

최근에는 자연기반해법에 기술적 솔루션을 적용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기후스타트업 ‘브릴리언트 플래닛’(Brilliant Planet)은 미세조류가 탄소를 흡수하는 작용에 착안했다. 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 식물성플랑크톤이다.

이 업체는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에서 약 3천㎞ 떨어진 사하라사막의 해안가에 인공 ‘해수 연못’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바닷속 깊은 곳에서 바닷물을 끌어올려 연못으로 옮긴 뒤, 연못에 바다에 사는 조류를 번성시킬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블룸버그>는 이 업체의 계획을 소개하면서 “목표한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조류는 한 달 안에 7㎏의 무게로 성장해 1만11356㎥의 바닷물을 머금게 된다”고 보도했다.

조류는 물의 흐름이 적은 고온의 환경에서 빨리 증식한다. 여기에 착안해 브릴리언트 플래닛은 사하라사막에 인공 연못을 만들고 있다. 브릴리언트 플래닛 제공

미세조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구 탄소순환 시스템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조류가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다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그렇다면, 이 탄소를 잡아두는 방법은 없을까? 이 업체가 내놓은 답은 필터링 시스템으로 조류를 수확해 말린 뒤 사막의 1~4m 땅속에 묻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류가 포집한 이산화탄소가 반영구적으로 저장된다.

브릴리언트 플래닛은 자사 누리집에서 “201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약 200km 떨어진 세인트 헬레나 바닷가 근처 3㎡ 면적에서 탄소 포집 실험을 시작해, 이제는 모로코 해안가 사막에 세계에서 가장 큰 조류 생산용 연못(3만㎡)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 실험에 기초해 30만㎡의 상업적 생산 기지를 같은 장소에 건설할 계획이다. 축구장 넓이의 약 40배 되는 크기다.

애덤 테일러 대표는 지난해 8월 <클라이밋 테크 브이시>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 사막은 미국과 유럽을 합친 면적에 버금갈 정도로 넓다”며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통해 사막(평지)을 분석해 봤는데, 대략 50만㎢가 후보지로 적합했다. 연간 20억톤의 탄소를 저장할 만한 정도의 넓이”라고 말했다. 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400억∼500억톤 정도 된다.

<블룸버그>는 투자자의 말을 빌려 ‘조류를 이용한 이산화탄소 포집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직접 포집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보도했다. 브릴리언트 플래닛은 유니온스퀘어벤처와 토요타벤처 등에게 267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그래픽_백지숙 소셜미디어팀

이 업체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탄소 포집 기술 또한 탄소를 배출한다. 사막을 중장비로 파고, 바닷물을 펌핑해 인공 연못으로 옮기고, 번성한 조류를 말리고, 이를 땅에 파묻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니,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브릴리언트 플래닛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태양열을 이용해 조류를 건조하기 때문에 다른 탄소 포집 기술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21년 펴낸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수소에너지를 위해 필수적인 수전해 기술 그리고 전기배터리와 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CCSU) 기술 등 세 가지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보았다. 아직 탄소 포집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이유는 실제로 포집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양에 견줘 장치를 설치하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포집 기술로 돈을 벌 만한 저탄소 경제 구조가 구축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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