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aS로 통하는 모든 테크 서비스…"챗GPT 너마저" [긱스]

2023. 1. 3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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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XaaS(자스)가 모든 테크기업에 어울리는 일종의 밈(meme)이 됐습니다. 어떤 사업 영역에 ‘as a service’를 붙여서 표현하는 모든 서비스를 말합니다. 테크기업이 '서비스로의 진화'하는 양상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이 클라우드 기반 기업용 서비스부터 우리 일상을 파고든 다양한 XaaS 플랫폼 시장을 살펴보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를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설명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의 사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방대한 표준산업분류를 샅샅이 뒤져도 딱 어울리는 분류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다양한 사업이 융합되거나,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사업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신선한 분류체계가 등장하곤 합니다. 웹 3.0, 메타버스와 같이 새로운 분야를 지칭하는 단어도 있고, ‘플랫폼’과 같이 사업의 형태를 묶는 방식도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닷컴기업’이라는 말로 인터넷 기업들을 지칭하기도 했었죠.

‘as a service’는 ‘플랫폼’과 같이 사업의 형태를 설명하는 데 매우 최적화된 말입니다. 직역하면 ‘서비스로의~’라는 뜻인데 어떤 사업의 형태가 서비스 위주로 지향하고 있다면 이 말을 붙이면 대부분 딱 맞아떨어집니다. 게다가 혁신기업처럼 보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제조 서비스 기업입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우리는 HaaS(Hardware as a Service)를 지향합니다”라고 말하면 뭔가 4차 산업혁명과 가까운 느낌이 드는 식이죠. 그래서 이 ‘as a service’라는 말은 최근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밈(Meme)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XaaS

어떤 사업 영역에 ‘as a service’를 붙여서 표현하는 모든 서비스를 XaaS(자스)라고 말합니다. Everything as a service 혹은 Anything as a service를 말합니다. XaaS를 설명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있지만 ‘소유’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 쉽습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만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버전별로 구매한 뒤 직접 컴퓨터에 설치해서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로 쓰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의 경우 구독 형태입니다. 연간 사용료를 내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주고, 데이터도 클라우드에 저장돼 문서를 날릴 위기도 없어집니다. 대표적인 서비스로의 소프트웨어, SaaS입니다.

SaaS는 XaaS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365와 같이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형 웹, 앱 소프트웨어를 지칭합니다. 협업 및 학습 보조 툴인 노션, OTT인 넷플릭스 모두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SaaS 형태입니다.

클라우드는 SaaS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처음에는 서버나 저장공간, 네트워크 정도만을 제공하는 서비스의 형태였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것이죠. 이런 형태를 IaaS(Infra as a service)라고 했습니다. IaaS에서 운영체제 정도만 더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은 회사가 직접 개발하도록 하는 형태를 PaaS(Platform as a service)라고 합니다. 여기에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등이 더해져 SaaS가 됐습니다.

SaaS부터 기업과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벗어나 다양한 테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것들이 합쳐져 XaaS라는 말이 나오게 됐습니다. 모든 산업과 테크 영역에서 제품이나 전문지식을 소유하지 않으면서 전문가급의 결과물을 창출하는 혁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XaaS라는 밈의 확산

이런 XaaS의 확장은 식품, 패션, 여행 등의 큰 카테고리에서 플랫폼 기업이 등장한 이후 관련 분야에서 지속해서 버티컬 플랫폼이 탄생했던 것과 유사합니다.

서비스로의 모빌리티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대표적인 버티컬 XaaS입니다. 혁신적인 신기술의 경연장인 CES 2023에서도 주목받는 기술에 꼽혔죠. MaaS는 이동 수단을 서비스 자체로 활용하는 형태입니다. 서울의 집에서 전주 한옥마을까지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집에서 기차역으로 이동합니다. 전주에 도착해서는 다시 택시나 카셰어링 서비스를 활용해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하나의 앱으로 통합하는 것이 MaaS라 할 수 있습니다. 최적의 경로 검색은 물론 앱에서 결제와 보험 가입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시스템이죠.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사람들은 차량을 굳이 소유하지 않고 구독 형태로 이동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MaaS가 사람의 이동을 설명한다면, LaaS(Logistics as a Service)는 서비스로의 물류를 뜻합니다. 배달앱이나, 기업의 물류관리를 앱으로 제공하는 사업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모든 것을 통합한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라는 개념도 존재합니다.

인공지능(AI) 역시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요즘 핫한 챗 GPT(Chat GPT)가 좋은 예입니다. 오픈AI가 공개한 AI 챗봇인데요. 원하는 질문을 던지면 AI가 알맞은 대답을 내놓습니다. 챗 GPT에 “XaaS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명확한 답을 내놓습니다. “너도 XaaS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지면 ‘AI as a Service(AIaaS)’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AIaaS는 기업들이 개발자를 채용하지 않고도 AI를 개발할 수 있는 툴도 해당합니다. 세부적으로 챗 GPT와 같은 챗봇은 NLPaaS(Natural Language Processing as a Service), 서비스로의 자연어처리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이뿐 아니라 금융의 ‘as a service’ 버전인 BaaS(Banking as a Service), 소규모 업체가 공장을 스마트하게 구독할 수 있는 FaaS(Factory as a Service) 등 매우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실제 활용되는 개념이자 신사업의 영역입니다.

심지어 서비스로의 국가(CaaS, Country as a Service)를 지향하는 곳도 있습니다. 북유럽의 에스토니아가 대표적입니다. 에스토니아는 전자시민권 제도를 활용해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해당 국가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실제 인구는 130만명에 불과하지만, 이 국가를 구독하는 디지털 국민은 1,000만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XaaS가 바꾸는 효율적 일상

물론,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말이다 보니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과는 관계가 없이 마케팅적 요소로 ‘as a service’를 활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서비스 형태는 향후 많은 생활의 개념과 사업의 영역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실제 기업과 고객들의 니즈가 매우 커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우선, 제품을 소유하지 않고 구독이나 필요에 의해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유리합니다. 그런데도 전문가급의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직접 소유할 때 발생하는 유지보수의 책임도 서비스 제공자의 몫이라 관리가 편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까지 해줍니다.

IT분야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XaaS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3천억 달러(300조) 시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을 중심으로 한 B2B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B2B SaaS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39%로 고속 성장 중입니다. 2019년 기준, 이미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23%를 SaaS가 대체한 상태입니다.

특히 이 시장은 스타트업들에도 큰 기회입니다. 국내에서는 B2B 시장을 공략하는 다양한 형태의 SaaS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오피스365 뿐 아니라 인사(HR), 세무, 회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SaaS 도입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기업용 협업툴 SaaS ‘잔디’를 운영하는 토스랩, 인사 분야 SaaS 레몬베이스, 전자계약 서비스 SaaS 업체 모두싸인 등이 벤처캐피털 투자 유치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스타트업들입니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글로벌 유니콘 기업 903개 중 SaaS 관련 기업은 340개에 달합니다.

물론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습니다. XaaS는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위에서 작동됩니다. 만약 클라우드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모두가 어려움에 부닥칩니다. 특히 기업들이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중요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경우 법적인 이슈가 발생할 위험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점도 한계로 지적됩니다. 초기 SaaS 스타트업의 경우 좋은 서비스를 개발했음에도 대형 고객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다시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XaaS 같은 모델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정수기 렌털이 좋은 예입니다. 우리는 깨끗한 물을 마실 니즈가 있지, 꼭 정수기를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사업이죠. 기업들은 이미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 왔습니다. 클라우드와 다양한 기술의 융합이 기존에 존재했던 렌털과 아웃소싱을 ‘as a service’라는 밈으로 재탄생시킨 셈입니다. 과거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우리의 효율을 높이는 ‘as a service’는 지속해서 등장하고 진화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호 |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에서 스타트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관찰하고, 이를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 마중물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매일 스타트업을 만나 혁신적인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즐겁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는 벤처캐피털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여러 경험에서 쌓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스타트업 성장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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