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중꺾마’ 시대의 ‘슬램덩크’

2023. 1. 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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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이른바 '슬램덩크 세대'다.

겨울방학 친구 집에서 놀기로 한 날 준비물은 만화방에 들러서 빌린, 같이 볼 '슬램덩크' 만화책이나 대여한 비디오였다.

당시는 슬램덩크 만화책을 쌓아두고 친구들과 한 권씩 돌려봤던 시절이었다.

학창 시절 슬램덩크의 추억을 간직한 30~40대는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을 접한 더 어린 연령대까지 슬램덩크에 열광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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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이른바 ‘슬램덩크 세대’다. 겨울방학 친구 집에서 놀기로 한 날 준비물은 만화방에 들러서 빌린, 같이 볼 ‘슬램덩크’ 만화책이나 대여한 비디오였다. 당시는 슬램덩크 만화책을 쌓아두고 친구들과 한 권씩 돌려봤던 시절이었다. 대학 농구팀의 뜨거운 인기에 친한 친구끼리도 연세대 팬과 고려대 팬으로 나뉘어 신경전을 벌이고,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주제곡 전주만 나오면 가슴이 뛰던 시절이었다.

슬램덩크가 1990년대의 추억을 지나 재소환된 것은 4일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하면서다.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만명 돌파도 목전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는 관련 팝업스토어에서 확인됐다. 사람들은 오픈 전날부터 줄을 서서 밤을 새웠다. 학창 시절 슬램덩크의 추억을 간직한 30~40대는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을 접한 더 어린 연령대까지 슬램덩크에 열광하는 중이다.

돌아온 슬램덩크를 보면서 추억여행을 하니 몽글몽글한 기분에 빠져든다. 그러나 슬램덩크가 2023년 한국에서 왜 이렇게 인기인가를 생각해보면 그런 기분에만 젖어있을 수는 없다. 복고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은 불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 때문이다. 과거의 추억과 즐거움을 소비하며 잠시나마 쉬어가야 할 정도로 지금의 현실이 어려운 것일까.

연초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은 자주 먹던 과자와 음료수는 물론 대중교통까지 인상 소식이 줄을 이으면서 현실화되는 중이다. 두 배 가까이 오른 난방비 때문에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 관리비 고지서를 받을 때도 그랬다. 물가상승률을 못 따라가는 임금인상률에 사실상 경제 수준이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이도 많다. 이전과 같은 생활비로는 감당하기 힘든 물가인상이다. 아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소비자가 절약 모드에 들어가면서 긴장한 것은 유통가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기 시작하면 기업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올해를 버텨내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넘쳐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64에 그쳤다. 이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지난 분기보다 시장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는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64라는 전망치는 2002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함께 회복을 기대한 업계는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악화라는 강적을 만난 셈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슬램덩크 세대의 한 명으로서 팍팍한 현실을 떠나 추억 그 자체로 슬램덩크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불황에 지친 이들에게 슬램덩크가 일어설 힘이 된다면 그 역시 응원하고 싶다. 지난해 유행어가 된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라는 표현은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우리를 다독이는 말 같았다. 슬램덩크에서 유명한 명대사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다. ‘언더독(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 북산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나이가 됐기 때문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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