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는 구강 미생물의 3분의 1을 공유한다

곽노필 2023. 1. 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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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유전자가 만드는 세포와 함께 인체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이탈리아 트렌토대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20개국의 기존 연구에서 확보된 31개의 미생물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가족끼리는 구강(입안) 미생물의 약 3분의 1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가족 구성원들은 구강 미생물의 32%를 공유한 반면 장내 미생물은 12%만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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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때 입 밖으로 배출돼 전파
부모-자식보다 부부간 더 공유
장내 미생물은 12% 정도 공유
가족끼리는 구강 미생물의 약 3분의 1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인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은 유전자가 만드는 세포와 함께 인체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세포가 이루는 인체 각 조직에 서식하며 여러가지 방식으로 우리의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과학자들은 인체 미생물 수가 100조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세포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자는 평생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인체 미생물 구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변화한다. 다른 사람과의 교류나 주변 환경과의 접촉 과정에서 서로 미생물을 주고 받기 때문이다.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들과의 관계는 인체 미생물의 구성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까?

이탈리아 트렌토대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연구진은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20개국의 기존 연구에서 확보된 31개의 미생물 데이터를 종합 분석한 결과, 가족끼리는 구강(입안) 미생물의 약 3분의 1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약 1만개의 대변이나 타액 표본을 분석해 가족, 친구, 친지 사이에 같은 유형의 미생물을 얼마나 많이 공유하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같이 사는 가족들은 장내 미생물보다 구강 미생물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구성원들은 구강 미생물의 32%를 공유한 반면 장내 미생물은 12%만 공유했다. 한 가족이더라도 같이 살지 않는 경우엔 구강 미생물의 3%만 공유했다.

연구를 이끈 니콜라 세가타 교수(컴퓨터게놈학)는 “이번 연구는 키스나 성관계를 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사람간 미생물 전달이 흔히 일어나는 일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생후 1년 동안 장내 미생물의 절반을 어머니와 공유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구강 미생물을 더 많이 공유하는 2가지 이유

인체 미생물을 처음으로 전달해주는 사람은 엄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생후 1년 동안 장내 미생물의 절반을 엄마와 공유했다. 그 중 16%는 엄마로부터 온 것이었다. 이후 나이가 들면서 공유하는 장내 미생물은 점차 줄어들지만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 50~85살 노인들도 여전히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장내 미생물을 갖고 있었다.

어머니가 아닌 다른 가족 구성원도 장내 미생물의 주요한 공급원이었다. 아이들은 4살 이후 어머니와 비슷한 수의 장내 미생물을 아버지와 공유했다.

또 같은 마을에 사는 서로 다른 가구 간에도 장내 미생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가족이 아니더라도 같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구강 미생물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으며, 함께 산 기간이 길수록 공유 미생물이 더 많았다. 특히 부모-자식 간보다는 부부 사이에 공유 미생물이 더 많았다.

세가타 교수는 가족간에 장내 미생물보다 구강 미생물을 더 많이 공유하는 것은 미생물이 공기 중에서 포자를 형성해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화나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입에서 쉽게 밖으로 배출되는 구강 미생물이 공중에 떠 있다가 주변 사람의 호흡기관으로 들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함께 사는 가족 구성원들은 비슷한 음식을 먹게 되며, 이는 입 안에 같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픽사베이

비전염성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

또 하나의 이유는 같이 사는 가족은 서로 비슷한 음식을 먹는다는 점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조앤 산티니 교수(미생물학)는 과학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에 “함께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음식을 먹게 되며, 이는 입 안에 같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말했다.

세가타 교수는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암 같은 비전염성 질병은 인체 미생물 구성의 변경과도 일부 관련이 있다”며 “인체미생물이 전파 가능하다는 것은 이런 질병이 최소한 일정한 정도 전염성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인체 미생물 전파에 대한 연구는 이런 질병의 위험 요인을 더 잘 이해하고 인체 미생물에 작용하는 치료법을 통해 그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2-05620-1

The person-to-person transmission landscape of the gut and oral microbiomes.

Natur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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