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실적에도 주가 오르는 증권株..."터널 지났다"

한영준 2023. 1. 3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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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증시 약세로 실적이 뒷걸음질 친 증권사들의 주가가 새해 들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증권지수는 올해 들어 14.62% 상승했다. KRX 지수 중 은행(20.80%), 정보기술(IT·16.66%), 반도체(15.58%) 다음으로 큰 상승세이다. 18거래일 중 14거래일에 상승하며 지난 2일 540.14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이달 27일 636.86까지 올랐다.

KRX증권 지수를 구성하는 상장 증권사들의 주가도 모두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47%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SK증권은 31.7%로 뒤를 이었다. 키움증권과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도 각각 24.7%, 21.6%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가 상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의 코스피 순매수 상위종목에 삼성증권(263억원), 메리츠증권(145억원)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지난해 4·4분기 실적은 역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5.8% 감소한 578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특히 4·4분기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85% 떨어졌고,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보다 78.31% 낮게 나온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긴 마찬가지다. 작년 영업이익은 84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1% 감소했다.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60%, 컨센서스 대비 51.98% 낮은 90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는 증권사들도 형편은 비슷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주요 증권사 4곳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3.7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7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46.76%, 키움증권은 -35.09%, 등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메리츠증권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9.6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실적이 떨어져도 주가가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금리 인상과 긴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기대감이 전체 지수와 증권사들의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의 주가는 역사적으로 실적이 아닌 거래대금, 지수 등을 선반영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금리 인상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시장 금리는 이보다 먼저 반응해 안정되는 등 점차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 등에서 투자 심리가 회복된 점도 증권업 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 조달과 지분 매각 등 투자은행(IB) 수요가 확대되고 대형 증권사는 인수·합병(M&A) 자문 등 수익 창출도 노릴 수 있다”며 “전년도 대규모 채권 운용 손실의 기저효과로 트레이딩 부문은 작년 대비 실적 개선 기대감이 가장 크다”고 했다.

향후 주가에 대한 전망은 조금씩 엇갈린다. 지난 26일 어닝 쇼크를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27일 1.59% 상승했다. 지나간 어닝 쇼크보다는 앞으로의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대형사들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약 2조~3조원대인 만큼 관련 충당금 적립 또는 손실 인식 규모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며 “연초 대형 증권사 주가 상승은 배당락 이전 수준으로의 되돌림이며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엔 시기 상조”라고 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에프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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