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스웨덴은 빼고 핀란드에만 나토 ‘가입 허용’ 시사
“스웨덴서 반튀르키예 시위 영향 탓”
스웨덴에서 벌어진 튀르키예 규탄 시위를 놓고 스웨덴과 마찰을 빚고 있는 튀르키예가 핀란드에 대해서는 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나토 동반 가입을 추진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두 나라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우리는 핀란드와 관련해서는 다른 반응을 줄 수도 있다”면서 “스웨덴은 이 반응에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핀란드의 나토 가입 허용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70여년간 고수해온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철회하고 그해 5월 나토 동반 가입을 신청했으나 튀르키예의 반대에 부딪혔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모든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 등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두 나라의 나토 합류에 어깃장을 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에만 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이달 들어 스웨덴에서 벌어진 반튀르키예 시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스웨덴 스톡홀름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덴마크 극우정당이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소각하는 시위를 벌이자, 튀르키예는 두 국가와 나토 가입 협상을 중단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에르도안은 방송 연설에서 “핀란드는 스웨덴이 저지른 것과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웨덴을 향해서는 “나토에 진정 가입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테러리스트들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튀르키예의 제동으로 나토는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의회 비준안 가결 절차를 밟지 않은 회원국 2곳 중 헝가리는 올해 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사실상 튀르키예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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