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美北의 '뜨거운 감자' 푸에블로호

여론독자부 2023. 1. 3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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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北 전리품으로 반미 상징물 역할
나포 반세기 넘었지만 관심 여전
美 하원 반환 촉구 결의안 재발의
한반도 긴장 완화 촉매제 활용을
[서울경제]

필자는 과거 협상차 북한을 방문했을 때 평양 보통강변 전승기념관에 전시된 미국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를 봤다. 안내 참사에게 미국에 돌려주는 것이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평양 권부가 인민들에게 대미 적개심을 심어주고 반미 승전의 선전 도구인 이를 미국에 순순히 돌려줄 의사는 없어 보였다. 동해에서 나포한 중량 106톤, 길이 54m의 함정을 어떤 방법으로 원산항에서 대동강으로 옮겼는지 질문했으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육상으로 이동시키기에는 너무 커 화물선으로 위장한 뒤 일본 및 제주도 남측 공해상을 통해 서해로 운반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푸에블로호는 1968년 1월 23일 승조원 83명을 태우고 원산항에서 40㎞ 떨어진 공해상에서 정보 업무를 수행하다 북한 초계정 4척과 미그기 2대의 위협을 받고 나포됐다. 북한은 같은 해 12월 미국이 북한 영해 침범을 사과하는 문서에 서명한 뒤 승조원 82명과 유해 1구를 돌려보냈지만 선체는 여전히 보통강변에 전시해놓았다. 나포된 지 55년이 지났지만 푸에블로호는 전리품으로서 반미의 상징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은 푸에블로호 나포를 치욕적인 일로 간주해 반환 요구 등으로 절치부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2019년 북한이 미국에 압류된 화물선 와이즈어니스트호의 반환을 요구하려면 푸에블로호 송환 문제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볼턴은 “지금이 푸에블로호 반환에 대해 논의할 적절한 시기일 것”이라고 밝혀 북한의 선박 반환 요구를 일축했다. 볼턴의 발언으로 50여 년의 시차가 있는 2019년 미국의 북한 선박 나포와 1968년 북한의 미국 함정 나포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볼턴이 제기한 푸에블로호 반환 주장은 미국 내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 주장이 먼저 제기된 곳은 푸에블로호의 어원이 된 푸에블로시가 속한 콜로라도주다. 2019년 미 정부가 북한 인민군 소유의 와이즈어니스트호 압류를 발표하자 콜로라도주 언론들은 일제히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인터뷰 보도와 기고문 등을 통해 와이즈어니스트호와 푸에블로호를 맞교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회는 2018년 싱가포르 1차 미북정상회담과 하노이 2차 회담 직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함정 송환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북한이 푸에블로호를 반환한다면 미국에 선의를 입증할 수 있어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상회담 결렬 이후인 2021년 2월 미국 연방법원은 북한이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23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북한은 지난주 푸에블로호 나포 55주년을 맞아 미국에 “다시는 조선에 얼씬도 하지 말라”라며 ‘핵에는 핵으로’라는 대미 강경 기조를 확인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도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진입하던 순간, 나포 상황, 1988년 푸에블로호가 평양으로 이동돼 전시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미국이 15일 한미 동맹과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당시 미국이 평양과 신의주를 폭격하는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한 맞불 작전이다.

미 하원은 17일 여전히 미 해군 현역 함정 목록에 있는 푸에블로호의 반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재발의했다. 이번 하원 회기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한반도 관련 안건이다. 나포 반세기를 맞은 푸에블로호는 미북 충돌의 상징이자 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이중적 사안이다. 북한은 올해 제2의 푸에블로호 나포 같은 무력 도발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북이 푸에블로호와 와이즈어니스트호를 교환하는 협상을 시작한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과 평양이 본 칼럼에 관심을 갖고 ‘밀당’을 시작하기를 희망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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