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엠블렘 인게이지 "기대가 크면 배신이 더 아프다"

최은상 기자 2023. 1. 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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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차 요소 부재가 불러온 콘텐츠 볼륨 감소로 연쇄 부작용 발생

"애초에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다" - 클로저스 '트레이너' 대사 中

닌텐도의 인기 SRPG 시리즈 파이어엠블렘의 17번째 후속작 '파이어엠블렘: 인게이지(이하 인게이지)'를 기다리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더욱이 시리즈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의가 있었던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위에 언급한 클로저스 캐릭터 '트레이너'의 명대사가 떠올랐다. 전작에 비해 한층 강화된 전투 콘텐츠와 연출을 선보였지만 부실한 콘텐츠 볼륨과 최악의 스토리로 인해 실망을 금치 못했다.

메타크리틱 평가는 매우 저조하다. 메타스코어는 본가 시리즈 중 역대 두 번째로 낮은 82점을 받았다. 유저 평점은 6.8점으로 더 나쁘다.

최근 가장 흥행했던 시리즈인 '풍화설월'과 방향성이 달라지며 발생한 이슈일 수도 있다. 직접 플레이하며 엔딩을 보니 낮은 점수가 이해됐다. 스토리는 둘째 치고 다회차 요소가 없는 것이 부실함의 원인이다. 엔드 콘텐츠인 '시련의 별채'와 '연전의 시련'은 파밍을 위한 부수적인 느낌이 강했다. 

무기 강화 및 스킬 육성에 사용되는 SP 수급처가 엔드 콘텐츠에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엔드 콘텐츠를 위해 육성을 해야 하는데, 육성을 하려면 엔드 콘텐츠를 통해 SP를 수급해야 한다. 필요한 양에 비해 수급할 수 있는 SP의 양도 매우 적다. 

다회차 요소가 부실하다 보니 기댈 곳은 전작에서 호평을 받았던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와 생활 콘텐츠다. 하지만 인게이지부터 시리즈 전통 계승과 전투 집중 이유로 대폭 간소화됐다. 결국 스토리 엔딩 이후 여러모로 할 게 없는 총체적 난국이 됐다.

 

장르 : SRPG
출시일 : 2023년 1월 20일
개발사 :
인텔리전트 시스템즈
플랫폼 : 닌텐도 스위치



■ 시리즈 전통을 계승한 전투 콘텐츠와 한층 강화된 연출

전투 시스템과 연출은 역대 시리즈 중 최고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래픽 퀄리티와 연출이 전작에 비해 한층 발전했다. 격투 게임을 보는 듯한 매끄러운 연출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흔히 SRPG 장르가 모션과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인게이지는 이를 잘 구현했다.

전투 시 캐릭터가 클로즈업되는 연출은 더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움직임도 부드러워서 확대됐을 때 자연스럽다. 사용하는 무기, 크리티컬, 스킬에 따라 모션과 이펙트 등이 모두 다르다. 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전투 시스템은 역시 구작의 '무기 상성' 부활을 빼놓을 수 없다. 시리즈 전통인 '창>검>도끼>창'의 기본 가위바위보 상성에 더해 '체술>단검/활/마법'이 추가됐다. 기마와 활 등 부가적인 상성까지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캐릭터를 함부로 배치했다가는 상성 데미지로 한번에 사망해버린다 

여기에 반대 상성 무기로 공격받은 적은 'Break'라는 문구와 함께 반격 불가 상태에 빠진다. Break 상태에 빠트릴 수 있는 적은 상성 아이콘에 금지 표시가 뜬다. 초보자도 알아보기 쉽게 만든 점이 꽤 훌륭하다. 

문장사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인게이지' 시스템도 전략의 재미를 더한다. 어떤 문장사는 초장거리 저격 스킬을 보유하여 거리가 먼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 어느 문장사는 방어에 특화되어 적에게 타격받을수록 강해진다. 전장에 맞는 문장사를 배치한 뒤 적재적소에서 인게이지하는 것은 이 게임 전투 시스템의 백미다. 

최고 난이도인 '루나틱'은 전투 한 번에 1시간이나 소요된다. 전략의 정수다. SRPG 배틀을 사랑하는 유저에겐 최고의 콘텐츠다. 수 하나하나에 상성, 배치, 연계 등 다양한 요소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전멸로 이어진다. 

루나틱 난이도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전략도 전략이지만 육성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인게이지의 배틀 콘텐츠에 재미를 느꼈다면 꼭 한 번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인게이지 스킬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 직관적이면서 단순해진 육성 시스템

클래스 전환, 스킬 계승 등 대부분의 육성 시스템이 반지를 통해 이뤄진다 

인게이지 육성은 전작에 비해 직관적이면서 단순하다. 신규 유저들도 손쉽게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핵심은 '반지'다. 원하는 클래스로 전직, 혹은 스킬을 계승하기 위해 해당 능력치를 가진 문장사의 반지를 장착 시킨 뒤 '인연 레벨'을 올려주기만 하면 된다.

인연 레벨은 다양한 방법으로 올릴 수 있고 방법도 어렵지 않다. 반지를 장착하고 전투에 임하면 인연 레벨이 상승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단련의 방'에서 원하는 캐릭터와 수련을 하는 '특별 지명 단련'을 이용하는 것이다. 재화인 '인연의 조각'을 소비하여 인연 레벨을 단숨에 원하는 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

인연 레벨은 기본적으로 5레벨이 최고이며 특정 이벤트를 통해 상한선을 늘릴 수 있다. 특정 이벤트란 해당 문장사와의 인연 회화 개방, 외전 에피소드 등으로 가능하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계승할 수 있는 스킬의 레벨도 올라간다. 

지명 단련을 통해 원하는 능력치를 가진 문장사와 대련할 수 있다 

캐릭터 레벨은 스토리 전투, '연전의 시련' 등을 통해 올릴 수 있다. 앞서 말한 단련의 방에서 '일반 단련'으로도 올릴 수 있다. 캐릭터마다 오르는 능력치의 성장률이 다르다. 즉, 캐릭터와 궁합이 잘 맞는 클래스가 각각 다르다. 

만약, 힘 성장률이 높고 마력 성장률이 낮은 직업을 마법사 클래스로 육성한다면 효율이 좋지 못할 것이다. 인게이지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등에서 캐릭터 별 능력치 성장률이 나와있으니 찾아보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을 추천한다.

인연 레벨 돌파는 꼭 해놓자 

 

■ 반지에 의존한 육성 콘텐츠의 치명적 문제

에피소드 11장에서 가진 모든 반지를 빌런에게 빼앗기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갓겜'이라고 칭송할만하지만 스토리 구성으로 인해 육성의 제약이 걸리며 많은 것을 잃었다. 유저들의 평가도 "스토리가 파이어 엠블렘의 재미 요소인 육성을 망쳤다"고 비판했다.

에피소드 11장부터 기존 반지를 적에게 빼앗긴다. 이 때부터 빼앗긴 문장사의 인연 레벨을 올릴 수 없게 되어 관련 스킬 계승 및 클래스 전직 등이 모두 불가능해진다. 사전에 정보를 얻지 못한 유저들은 이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았다.

다회차 요소가 없는 만큼 손해도 전 시리즈에 비해 치명적이다. 빼앗긴 반지를 다시 모두 모으는 시점은 22장이다. 그런데 최종장이 26장이다. 스토리의 약 50%를 문장사 절반을 잃은 채 플레이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유료 DLC를 구입해 얻을 수 있는 전용 문장사는 스토리 관계없이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이다. 게임을 더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야 할 유료 DLC가 필수가 됐다. 

빼앗긴 반지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육성 시스템을 높게 평가하긴 어렵다. 스토리 플롯을 이 같이 구성했다면, 육성 콘텐츠를 반지와 별개로 만들었어야 했다. 반지는 곧 육성인데 스토리를 이유로 못 쓰게 만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 

더욱이 재화 문제도 있다. 문장사의 스킬을 계승하고 무기를 강화하는데 SP가 필요하다. 그런데 SP를 수급할 방법이 엔드 콘텐츠인 시련의 별채 이외에는 마땅한 곳이 없다. 상위 스킬에 2000개 이상 소요되면서 SP는 전투 당 100단위로 들어온다. 그렇다고 엔딩 이후에 SP가 인계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엠블렘의 매력 중 하나인데 재화가 없어서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결국 육성 시스템의 직관화 및 간소화는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SP의 요구량은 많으면서 수급은 엄청 적다 

 

■ 클리셰로 점철된 진부한 스토리

전형적인 왕도물의 스토리를 선택한 인게이지 

시리즈 클리셰인 기억상실과 드래곤의 존재 그리고 혈통은 인게이지에서도 이어졌다. 전작을 몰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유저들도 무리 없이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 전작의 영웅을 안다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정도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플롯은 용사가 마왕을 쓰러트리는 전형적 왕도물이다. 하지만 복선, 혹은 반전도 없어 초반부터 이미 결말을 본 느낌을 들게 만든다. 전작 '풍화설월'의 매운맛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유치하기만 하다. 

총 26장이란 짧은 에피소드에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전개도 너무 빠르고 약 30명이 넘는 등장인물의 비중과 서사를 잘 담아내지도 못했다. 특히 각 나라의 왕자, 왕녀를 제외하면 나머지 캐릭터는 거의 병풍에 가까운 들러리에 불과했다.

'이르시온 왕국'의 왕녀 '아이비'는 처음에 적으로 등장했다가 향후에 동료가 되는 캐릭터다. 왕녀인 만큼 대체적으로 작품 내 서사도 탄탄한 편이다. 현왕이자 아버지인 '하이아신스'를 사랑하는 딸로서 나라의 번성을 위해 사룡의 편을 섰지만, 배신당한 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주인공의 편이 된다. 동료가 됐지만 주인공에게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도 꽤 잘 그려냈다.

왕녀 아이비는 꽤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반면, '메린', '브슈론' 그리고 '에티에' 같은 주변 인물은 단순 용병이란 느낌이 강하다. '브로디아 왕국'의 차남 '스타루크'는 왕자임에도 공기같은 분량으로 그저 활 쏘는 병력 중 하나다. 인연 회화 등을 통해 주인공과 각 캐릭터 간의 관계가 보완되긴 하지만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다. 

무기력한 전개도 한몫 거든다. 반지를 뺏긴 주인공이 빌런에게 하염없이 "돌려줘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분위기를 깨도 너무 깬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만날 때마다 돌려달라고 하니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빌런도 마찬가지다. 마법소녀나 용자물에서 변신, 혹은 합체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장면처럼 주인공 일행이 하는 모든 것을 지켜봐 준다. 스토리가 날 선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절정과 고조 부분도 밋밋했다.  

스토리 몰입을 저해하는 '돌려줘요'

 

■ 간소화 된 거점 콘텐츠와 산책

파이어 엠블렘을 즐기는 팬은 대개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 팬과 SRPG 전투 팬이다. 특히 전자는 풍화설월을 매우 고평가한다. 

인게이지에서는 시뮬레이션 요소와 생활 콘텐츠가 대폭 간소화됐다. 전투 팬의 입장에서는 시뮬레이션 및 거점 콘텐츠가 전투 흐름을 끊어놓는다고 볼멘소리를 내곤 했는데, 인게이지는 시리즈 전통성을 강조하며 전투에 많은 무게를 실었다. 

전투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에서 부실함을 보이며 이 결정은 실책이 됐다. 다회차 요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최고 난이도를 깨면 더 이상 즐길 거리가 없고 육성도 딱히 여러 번 할 이유가 없다.

도전 콘텐츠이자 엔드 콘텐츠인 '연전의 시련'은 경험치 파밍 이외 필요성을 못 느낀다

다회차 요소와 엔드 콘텐츠가 부실하다 보니 엔딩 후 남는 것은 연애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인데 볼륨이 축소됐다. 풍화설월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연애 시뮬레이션을 즐길 요소가 많이 부족하다. 결혼이나 인연 대화 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깊이가 얕다. 

낚시 콘텐츠는 도감을 수집한다는 의의로 계속 즐길 수 있는 포인트지만 사실 장점이라고 표현하긴 어렵다. '드래곤 슈터', '윗몸일으키키' 등의 미니게임 요소는 목적이 재화 파밍과 버프 획득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콘텐츠적인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시뮬레이션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미니게임 '드래곤슈터'는 즐기기 위한 콘텐츠라기 보단 조각 파밍처에 더 가깝다 
장점

1.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투 연출과 전략의 깊이
2. 직관적이면서 단순화된 육성 콘텐츠
3. 최고 난이도인 루나틱 클래식은 SRPG 전략의 정수



단점

1. 스토리로 인해 특정 반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 발생
2. 진부하고 유치한 스토리 
3. 다회차 플레이 요소의 부재
4. 미연시 요소 등의 소셜 콘텐츠 볼륨이 크게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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