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공급론자는 어디로 갔을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2023. 1. 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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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네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동네 이웃이 집에 놀러와 '직장 후배가 그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는)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라고 자평했다.

그 많던 '부동산 공급론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휴일에 공사 현장을 찾았다던 이웃의 직장 후배는 새 아파트에 입주했을까? 이번 규제 완화가 몇 년 뒤 후폭풍으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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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시사IN 이명익

얼마 전, 동네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600세대가 조금 넘는다. 아파트가 코앞이라 우리 집 거실에서 공사 현장이 훤히 보였다. 여름철에 소음과 먼지 때문에 다소 불편해 얼른 완공되면 좋겠다 했다. 완공되면 전망을 가려 ‘좀 답답하겠구나’ 싶었지만.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 동네 이웃이 집에 놀러와 ‘직장 후배가 그 아파트에 입주한다’고 말했다. 그 후배는 첫 내 집 마련이라 ‘공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었는지’ 궁금해, 쉬는 날에 이따금 공사 현장을 찾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 거실에서 보이는 공사 현장을 촬영해 몇 번 보내주었다. 공사가 이만큼 진척됐다고. 그 직장 후배에게 보내주라고 이웃에게 전송했다. 내 집 마련도 좋지만, 휴일에는 쉬어야지.

지난해 11월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다. 거실에서 본 새 아파트 풍경. 아파트 단지가 한적했다. 밤에는 불 꺼진 집이 훨씬 많다.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에게 물으니, 입주 예정자들이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거나, 세입자를 찾지 못해서 다들 입주가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심각해요, 심각해”라고 했다.

부동산시장, 몇 년 사이 체감이 다르다. 불과 두어 해 전만 해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니 뭐니 했는데. 요즘은 듣기 힘든 신조어가 되어버렸다. 공교롭게도 정권 교체기에 부동산 경기가 확 바뀐 듯하다.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정부는)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라고 자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시작으로 한 금리인상이 집값 약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고,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가격 유지에 ‘호재’로 작용할 부동산 세금 부담 완화 정책을 정권 초부터 내놓지 않았나. 재주는 ‘연준’이 부리는데, ‘광을 파는’ 느낌이랄까. 대통령의 발언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건 나만이 아니었을 성싶다.

윤석열 정부가 1월3일 ‘주택시장 연착륙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었다. 이종태·변진경 기자가 이번 호 커버스토리로 ‘부동산 규제 완화, 부동산시장과 금리’를 다루었다. 부동산시장을 ‘읽는’ 데 도움이 되리라. 두 사람의 기사를 읽으며, 불과 2~3년 전이 떠올랐다. 그 많던 ‘부동산 공급론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휴일에 공사 현장을 찾았다던 이웃의 직장 후배는 새 아파트에 입주했을까? 이번 규제 완화가 몇 년 뒤 후폭풍으로 돌아오는 건 아닐까.

차형석 편집국장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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