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유튜브 영상 댓글 보니 ‘기후위기’ 5년새 1천배 폭증

기민도 2023. 1.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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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 국내 댓글 10만건 분석
지구 온난화로 녹은 그린란드 빙하. 게티이미지뱅크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최재천의 아마존’에 12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영상이다. 그는 이 영상에서 봄철 꽃이 일찍 피고 져서 꿀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태 엇박자’ 현상,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 개념 등을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57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 영상에는 댓글이 약 970개 달렸다. “기후위기를 몸소 느끼고 있는데 사람들은 왜 경각심을 갖지 않는지 너무나 답답합니다” “곧 성인이 되는데 제가 나이를 먹은 것보다 더 빠르게 기후위기가 진행된 것 같네요” 등 대체로 기후위기와 관련한 내용이다. 기후변화를 현실적 위협으로 느끼는 시민들의 인식이 댓글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지난해 4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태엇박자\

이 영상뿐만이 아니다. 국내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기후위기’와 관련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규모의 자연보전기관인 세계자연기금(WWF)이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르스 프락시아에 의뢰해 국내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약 10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기후위기 관련 내용은 댓글의 양, 증가량에서 다른 키워드를 제치고 모두 1위에 올랐다. 환경 인식에 관한 여론조사는 다수 있었지만, 유튜브 댓글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일반인의 환경 인식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자연기금은 “유튜브는 미디어와 공론장의 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유튜브 댓글은 포털의 뉴스 댓글보다 비교적 정제된 의견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세계자연기금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한국 사회의 환경인식조사 보고서. 세계자연기금 제공.

분석 결과를 보면, 기후위기와 관련한 내용은 전체 댓글 가운데 47%로 1위였다. 플라스틱 등 바다쓰레기 관련 댓글이 32%로 2위였고, 생물다양성(14%), 친환경 소비 및 생활실천(7%) 등의 내용이 뒤를 이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댓글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2017년 27건에 불과하던 관련 댓글은 2018년 817건, 2020년 4001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1~3분기 기준) 2만8131건으로 폭증했다. 5년 새 1천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가속도 분석에서도 기후위기 이슈는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가속도 분석은 특정 이슈와 관련한 기사나 댓글의 출현 빈도수와 빈도수 증가세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해당 이슈의 미래 잠재성을 정량화한 방법이다. 이 분석에서 기후위기 이슈 잠재성은 47.68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바다쓰레기(18.29), 생물다양성(15.08), 친환경 소비 및 생활 실천(6.04)과 관련한 이슈 순서였다. 반면, 아르스 프락시아가 약 28만건의 언론 기사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보니, 탄소중립(12.80), 원전(1.38), 친환경 소비 및 생활 실천(0.92), 기후위기(0.58), 바다쓰레기(-1.57), 미세먼지(-34.94) 순서로 집계됐다. 언론의 환경 담론이 미세먼지에서 탄소중립과 원전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반인의 관심은 기후위기와 바다쓰레기 등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분석에 참여한 김예린 아르스 프락시아 연구원은 “유튜브 댓글에서 가속도가 높았던 기후위기 이슈는 언론 기사에서 가장 높은 가속도를 보인 탄소중립 이슈의 4배에 달했다”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기후위기 이슈가 탄소중립 이슈보다 주요 의제로 다뤄질 잠재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담론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환경과 관련한 유튜브 댓글과 언론기사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유튜브 관련 댓글은 2017년 98건에서 지난해(1~3분기 기준) 5만5520건으로 560배 이상 늘었다. 2017년 1분기 7753건이던 환경 관련 언론 기사도 지난해 3분기 1만1251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홍윤희 세계자연기금 한국지부 사무총장은 “언론과 대중 모두 환경 문제를 여러 이슈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튜브 댓글 증가 속도가 언론 기사량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른 것은 일반인들의 환경 인식이 언론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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