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공영방송, 진영방송, 문화방송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입력 2023. 1. 30. 07: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병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공영방송의 정의는 "영리에 목적을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재원으로 공공의 복지를 위해 행하는 방송이며 공공성과 공익성을 프로그램 편성의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다"이다. 한국에서 이젠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정의다. 특히 'MBC 문화방송'의 지난 5-6년간 행태는 공영방송의 정상궤도에서 상당히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의 성격을 나타내는 것은 지배구조다. MBC 문화방송의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다. <방문진>은 9명의 이사, 1명 감사로 구성되는데 관례적으로 여당 추천 이사 6명,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MBC 지배구조는 우리의 굴곡진 현대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이하다. 현재 <방문진> 이사들은 2021년 임명돼 문재인 정권 추천이사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현 이사장 권태선 씨는 <한겨레신문> 편집국장 출신으로 2018년 KBS가 '적폐청산' 명목으로 일부 기자들에게 보복을 자행한 '진실과 미래위원회(진미위)' 안건 (이사회) 의결을 강행했던 인물이다. 소위 KBS <진미위> 활동은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지 않은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로 대법원은 지난해 10월에 유죄를 확정 판결한 바 있다.

시사·보도 측면에서 보면 지난 문재인 정권 기간 중 MBC는 시종일관 편향적이었다. 교수단체인 <정교모(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언론·미디어 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에 MBC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아들 도박' 등 불리한 보도는 감추거나 축소하거나 후순위로 넘기고, 이 후보의 '말 바꾸기'는 '실용주의'로 미화하는 등 의도적인 왜곡 보도가 130여 건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대통령 미국순방 중 자막이 조작된 뉴스를 다시 엉터리로 번역해 이를 미국 의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내 동맹을 훼손하고 김건희 여사 대역을 고지하지 않고 방영하는 등 MBC의 사실왜곡은 나름 일관성 있음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TBS에서 밀려난 신장식 변호사를 MBC 라디오에 영입해 연일 '하이에나 저널리즘'과 '가차(gotcha) 저널리즘(정치인 실수, 해프닝을 꼬투리 삼는 보도)'이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은 박성제 사장이 의도대로 연임할 경우 MBC 시사보도는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 것인지 보여주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방문진>은 지난 10일 새로운 MBC사장 선임의 일정을 발표했다. 거의 동시에 박성제 현 사장도 연임에 도전한다는 선언을 했다. 박성제 사장은 2019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국수호'를 위해 모인 서초동 집회가 "딱 봐도 100만"이라 말해 비판을 받았다. 이렇게 진영논리로 충만한 박성제 사장이 꼭 선임되지 않더라도 몇 년 간 국민들이 보아온 권태선 이사장 주도의 <방문진>이 공영방송의 철학과 가치를 지키는 사장을 선임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더구나 MBC는 520억 원 세금 탈루와 관련된 검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임원들에 대한 업무추진비 현금지급과 유용에 대한 경영진과 <방문진> 이사들의 책임추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 지금의 <방문진>이 특정 정치세력에 경도된 MBC사장을 뽑겠다고 해도 막을 길은 없다. 하지만 지금 국회에서는 <방송법 개정안(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이 상정돼 있다. 그 방향과 내용에 대한 찬·반을 불문하고 차기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방문진>의 존재에 대해 여야 모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은 같다. MBC를 포함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개혁된 후 새로운 제도 아래서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그래야 정통성을 갖춘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MBC를 이끌 수 있다.

권태선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 이사들은 시대의 변화를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1988년 설립된 <방문진>은 이제 그 역사적 소임이 끝났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