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문화물가, 이게 최선입니까?

이영신 배재대 대외협력교수 2023. 1.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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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신 배재대 대외협력교수

최근 분야를 가리지 않는 고물가 상황 속에 이른바 '문화물가'까지 치솟고 있다. 가장 보편적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영화 관람료는 지난해 4월부터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 시대를 열었다. 다른 문화물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극 관람료도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1월 하순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1층석 가격을 11만 원으로 책정했다. 통상 5만-6만 원 수준이었지만, 10만 원 이상은 연극계 최초다.

뮤지컬 공연은 2018년을 기점으로 VIP석 15만 원, A석 7만 원 수준이라는 암묵적 기준선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물랑루즈!'가 18만 원으로 책정한데 이어 올 3월부터 부산에서 막을 올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VIP석 가격을 19만 원으로 올렸다. 연극 관람에 10만 원, 뮤지컬 한편이 19만 원이면 일반 서민에겐 손 떨리는 금액이다.

문화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코로나19로 벼랑에 몰렸던 공연계가 가격을 올리는 것과 물가 인상 때문이다. 수년간 문화예술계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직 완벽한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관람료 정상화와 소비자 눈높이 사이에서 적정한 문화물가를 찾아야 한다.

한편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하반기부터 도내 거주하는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에게 연 120만 원의 기회소득을 제공한다. 전문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가장 공적인 제도인 '예술활동증명' 유효자여야 한다. 경기도내 1만 1000여 명이 대상자로 예상된다. 예술창작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시장에서 소득을 얻을 수 없는 예술인의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지역에서는 엇갈린 반응이다.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다른 목소리도 크다. 문화예술의 가치창출을 언급하기엔 지원 금액 규모가 작고, 전업예술인과 생활예술인 명확한 기준 없이 무분별한 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예술생태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해 1월 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도입됐다.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방자치단체(고향 등)에 500만 원 한도에서 기부하면, 지자체는 주민복리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에게는 세제혜택과 기부금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자체에는 지역의 복리 증진을 위한 기금 재원, 기부자에게는 기부를 통한 지역발전 기여와 세액공제·답례품 등의 혜택이 돌아간다.

한국보다 유사한 제도를 먼저 시행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이 2008년부터 도입한 '고향 납세제'는 도입 당시 865억 원에서 2021년에는 8조 3024억 원의 기부금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 발생한 부작용 중 하나는 지자체 간 제공하는 답례품의 과잉 경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한 달 정도 운용한 결과 예컨대 영광 굴비, 횡성 한우 등 지역의 유명 특산품들을 답례품으로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각 지역의 답례품 제공으로 지역 농특산물의 매출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애향심을 내세운 기부와 답례품 위주로 운영할 경우 장기적 기부제 정착에 한계에 다다른다.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기부프로젝트를 마련하고, 기부자들이 프로젝트를 놓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의 고향사랑기부제가 관심을 끈다. 10만 원 이상 기부자가 본인 또는 가족, 친지 등 희망하는 이름을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좌석에 새겨준다. 기부자의 이름을 새겨주는 '광주사랑 네이밍 도네이션' 사업은 광주시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이슈가 대두됐을 때마다 단발적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현상을 보였다. 문화물가와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연계한다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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