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합스부르크 왕가’ 내한, 유럽 역사의 중심에서 모은 명작 만나요

한은정 2023. 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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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계사 혹은 서양미술을 공부하며 한번쯤 듣게 될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합스부르크’죠. 합스부르크는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1273년부터 왕정이 몰락한 카를 1세의 1918년까지 약 600년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가문입니다. 특히 16세기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유럽의 대부분 지역을 통치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죠. 또한 루벤스·벨라스케스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후원자이자 놀라운 안목을 바탕으로 한 수집가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어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을 찾은 고명성(왼쪽) 학생모델·김예나 학생기자가 뮤지컬·영화로도 유명한 엘리자베트 황후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열정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최근 화제입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 그 주인공이죠. 그동안 주로 역사책으로 접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을 예술품 수집이라는 분야에서 새롭게 이해해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을 찾았어요. 전시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릴 정도로 인기라 현재는 회차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고명성 학생모델이 양승미 학예사에게 “인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라고 질문했죠. 그는 “코로나19로 유럽 여행하는 게 힘들다 보니 유럽에 대한 향수가 크고, 그래서 유럽 느낌이 나는 전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밝혔죠. 양 학예사가 전시는 크게 5부로 나뉘며, 각 부에 메인이 되는 수집가를 중심으로 이들의 취향을 잘 보여줄 수 있으면서 또 서양미술사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얘기했죠.

150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막시밀리안 1세는 결혼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동맹을 맺어 제후들이 무시할 수 없는 황제의 권위를 세웠다.


10세기 스위스 북부 지역의 백작이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1273년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되면서 ‘동쪽 영역’이라 불리던 오스트리아 지역으로 진출합니다. “신성로마제국은 각 영토를 다스리는 제후라는 사람이 있고, 그들이 선거로 황제를 뽑는 제도를 갖췄어요. 하지만 황제가 너무 힘이 세면 자신들이 힘을 잃잖아요. 그래서 자기들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게 약한 가문의 사람을 황제로 뽑았죠. 그렇게 뽑힌 사람이 당시 합스부르크 사람이었던 루돌프 1세였죠.” 이렇게 합스부르크 사람들은 오스트리아에 정착하게 됐고 점점 세력을 넓힙니다.

양승미(오른쪽) 학예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와 예술 수집가·후원자였던 그들의 면모를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막시밀리안 1세의 화려한 초상화가 한눈에 들어왔죠. 150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막시밀리안 1세는 결혼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동맹을 맺어 제후들이 무시할 수 없는 황제의 권위를 세웠어요. 아들과 딸을 스페인 왕실의 공주‧왕자와 결혼시켜 스페인 왕국 전체와 식민지 영토까지 얻고, 손자와 손녀는 보헤미아 왕실의 공주‧왕자와 결혼시켜 동유럽까지 손에 넣습니다. 합스부르크 사람들은 여러 가지 예술품을 모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갑옷이죠. 단순히 전투 목적만이 아닌 시대의 패션으로서 유행에 따라 갑옷의 형태도 달랐다고 합니다. 갑옷 표면에 새겨진 문양과 섬세한 주름이 마치 아름다운 의복을 연상케 했죠.

갑옷은 단순히 전투 목적만이 아닌 시대의 패션으로서 유행에 따라 갑옷의 형태도 달랐다고 한다.

전시 1부에서는 프라하로 수도를 옮긴 후 수많은 예술가를 불러들여 후원하고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인 16세기 루돌프 2세 황제를 다룹니다. 내성적인 성격에 우울한 기질이었던 루돌프 2세는 정치적으로는 무능력했지만, 예술품 수집가로서 큰 발자취를 남겼어요.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예술의 방’에 진기한 예술품을 전시했고, 이는 현재 빈미술사박물관 공예관의 기초가 되었죠. 이 공간에서는 십자가 모양 해시계와 누금 세공으로 섬세하게 작업한 누금 장식 바구니 등의 공예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은 암브라스 성에 수집품을 전시하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으며 직접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까지 지정했다.


오스트리아 서쪽 지역인 티롤을 다스린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은 갑옷‧무기‧회화 등을 대량 수집한 합스부르크 가문 대표 수집가입니다. “암브라스 성에 수집품을 전시하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해 직접 진열장 설계와 전시품 배치까지 지정했어요. 말하자면 큐레이터면서 관장의 역할까지 다 한 거예요.” 16세기에는 지금과 같은 박물관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오스트리아 최초의 박물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물인 거죠. “이 열매가 뭘까요?” 김예나 학생기자가 “아보카도”라고 얘기했어요. “오! 독창적이에요. 이건 코코넛인데 그 시기 유럽에서 재배가 되지 않았어요. 바닷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코코넛 열매를 처음 발견하고 가지고 있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대요.” 전시장에서는 16세기 유럽에 전해진 희귀한 소재, 야자열매로 제작한 공예품 2점을 볼 수 있죠.

합스부르크 사람들은 여러 가지 예술품을 모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게 갑옷이다. 갑옷만 모아놓은 전시장 전경.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으로 브뤼셀에 부임했던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은 17세기에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의 수준 높은 회화를 수집했고, 말년에 수집품과 함께 빈으로 귀환했습니다. 카를 5세를 시작으로 약 200년간 이어진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수집한 예술품도 카를 6세에 의해 18세기 초 빈으로 옮겨지죠. 그렇게 유럽을 빛낸 거장의 명화들은 수도 빈으로 모였고 현재 빈미술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요. 이곳에서도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죠.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끄는 작품은 바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입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관람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다. 양승미(오른쪽) 학예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와 예술 수집가·후원자였던 그들의 면모를 설명했다.


양 학예사가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죠. “빈미술사박물관에 가면 벨라스케스가 그린 테레사 공주의 두 살, 다섯 살, 여덟 살 때 초상화 작품이 있어요. 처음 빈미술사박물관에서는 두 살 때 초상화를 보내준다고 했는데 저희는 좀 더 상징성 있는 다섯 살 초상화를 달라고 계속 부탁해서 협약서 서명하기 직전에 결국 바꿔줬죠.” 벨라스케스는 펠리페 4세가 발굴한 화가인데요.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시녀들’에도 테레사 공주가 나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초상화와 같은 옷을 입고 포즈도 똑같고 그려진 연도도 똑같아요. 거의 동시에 작업을 했겠구나 생각할 수 있고, ‘시녀들’ 작품 자체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이 그림도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죠.”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대가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도 만날 수 있다.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대가 루벤스 작품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에요. “루벤스가 왜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냐면 엄청 긴 신화 이야기 속에서 극적인 요소를 딱 잡아서 임팩트 있게 그렸어요. 바로크 미술의 특징이 빛을 반드시 넣어서 강렬한 명암 대조와 역동적인 구도로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하는데 그걸 굉장히 잘하는 화가가 루벤스예요.”

합스부르크의 여성 지배자로 오스트리아를 다스린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자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대형 초상화도 시선을 끈다.


합스부르크의 여성 지배자로 오스트리아를 다스린 마리아 테레지아의 초상화도 시선을 끕니다. “카를 6세는 아들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가 끊길까 봐 헌법을 고쳐서 딸도 왕위를 이을 수 있게 만들었죠. 마리아 테레지아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프랑스와 화해하기 위해 막내딸을 프랑스로 시집보내는데 그 사람이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프랑스 왕비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 초상화도 볼 수 있었죠. 마리아 테레지아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집품을 벨베데레 궁전으로 옮겨 전시하고자 했고, 아들 요제프 2세 때 벨베데레 궁전을 대중에 무료로 개방하며 그 뜻을 이루게 됩니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은 궁정 행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마리아 크리스티나 대공의 약혼 축하연’을 보면 황실 가족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어요. 궁정 행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이렇게 식사하는 장면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걸 중요한 퍼포먼스처럼 생각했대요.” 전시장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황제는 프란츠 요제프 1세입니다. 그의 아내는 뮤지컬‧영화로도 유명한 엘리자베트 황후인데요.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엘리자베트를 보고 한눈에 반해 결혼했어요. 하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엘리자베트에게 엄격한 황실은 감옥과 같았고, 오스트리아에 마음을 붙이지 못한 엘리자베트는 1898년 스위스 여행 도중 암살당하고 말죠. ‘시시’로도 불리며 오스트리아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황후인 그의 아름다운 초상화도 놓치지 마세요.

빈을 대표하는 건축물을 여럿 지은 프란츠 요제프 1세 초상화.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빈미술사박물관이 대표적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빈의 도시 확장 프로젝트를 명령하여 도시 성벽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반지 모양의 도로인 링슈트라세를 만들죠. 도로를 따라 빈을 대표하는 건축물들을 지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건물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지은 빈미술사박물관입니다. 1892년 조선은 오스트리아와 수교를 하고 그 기념으로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조선의 갑옷과 투구를 선물했습니다.

1892년 조선-오스트리아 수교 기념으로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갑옷과 투구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빈미술사박물관은 이를 1894년에 소장품으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소중히 보관해 왔어요. 130년 만에 한국에 다시 와 이번 전시의 마지막 작품으로 선보이게 됐죠. 합스부르크 왕가가 600년간 수집한 예술품들은 빈미술사박물관을 통해 열정적인 예술 수집가이자 후원자였던 그들의 면모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예술이 곧 힘이자 지식이고 권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순탄하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예술품 수집을 이어온 거예요.

■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

「 기간 2023년 3월 1일(수)까지(휴관일 없음)
장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 오후 9시까지
관람료 성인 1만75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원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을 찾은 고명성(왼쪽) 학생모델·김예나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세계사를 알고 보면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몇몇 유명한 왕족들의 초상화를 보며 짤막하게 알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뭔지 모를 친근함이 들기도 했죠.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작품 중에 ‘막시밀리안 1세’가 입었다고 하는 갑옷을 꼽을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갑옷은 외형부터 탄탄하고 용맹스러운 분위기가 있다면 이날 본 갑옷은 딱딱한 느낌보다는 유연하고 부드럽다는 느낌 그리고 외관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초상화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화려한 의상과 장신구를 볼 수 있었는데, 옛날의 미술도구들로 이렇게 생생한 그림을 그렸다는 게 놀라웠어요. 무엇보다 몇백 년을 간직해온 작품 같지 않게 너무나도 잘 보존되어 온 작품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고명성(서울 강명초 6) 학생모델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에는 다양한 유럽의 사람들이 그리고 보존해온 작품들이 많았어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예요. 마르가리타 공주가 귀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둡고 우울해 보이는 게 한눈으로 보이는 작품이라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이 밖에도 작품의 크기가 커 더 시선을 끈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도 인상적이었어요. 예쁘지만 표정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죠.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그들의 지키고 수집해온 예술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전시를 소중 친구들도 꼭 놓치지 마세요.

김예나(서울 갈현초 5)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이대원(오픈스튜디오)‧국립중앙박물관, 동행취재=고명성(서울 강명초 6) 학생모델·김예나(서울 갈현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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