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인연도 따듯하게 맞이하는 집

포천 소담재

효문중학교 도서관을 리노베이션할 당시 업무담당 선생님이 지금의 포천주택 건축주 부부 중 남편분이다. 도서관을 설계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시고 당사에 주택을 의뢰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같은 동네에 먼저 살고 계셨고, 그 곁에서 노후를 함께 지내고자 만든 집이다. 주말에 양가 어른들과 함께 가족 행사를 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이자, 퇴직과 자녀들의 결혼 후 만들어질 새로운 가족들과의 추억을 만들 제3의 고향을 원했다.

산 아래, 옆으로 긴 모양의 땅이다. 텃밭이 있는 낮은 땅 뒤편의 높은 땅에 집을 만들었다. 주변 산세와 마당 조경과 나지막한 돌담이 잘 어우러진다. 높은 천장의 단층주택으로, 외관이 단조롭지만 모던한 개성을 가졌다.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사생활이 보호되고 주변의 숲과 자연, 밝은 빛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남향의 집이길 건축주는 원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 청년,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갈 자녀의 동료와 후배들의 공부 모임과 휴식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주어진 땅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고, 그러면서 열린 마음을 가진 건축주 가정에 걸맞은 오늘날의 사회 구조를 반영하였다. 통상의 집은 ‘현관 - 거실 – 침실’ 순으로 방에 다다르는데, 이는 큰 원(사회) 안에 속하는 작은 원들(가족, 개인)로 이해되는 전근대 사회 가족 구조와 닮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심과 중심 바깥이 위계를 가지는 구조를 공간으로 조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 긴 집을 만들었다.

같은 면적으로 볼 때 풍경을 길게 마주한다. 높이와 넓이, 깊이가 다른 외부공간을 수평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주변 지형 높낮이가 다르고 바깥 풍경이 다르기 때문인데, 그 복도 끝이 열려 있는 것도 일조를 한다.

긴 형태로 인해 입구부터 사랑채까지 공간에 쓰임도 달라진다. 필요한 정도의 거리감이 작동한다. 그럴 때마다 중정이나 큰 창이 사이에 끼어들어 면하는 부분마다 다른 성격을 부여한다.

복도에 방들이 달려 있는 모양새로, 방들의 관계는 수평적으로 이어진다. 거실과 주방도 하나의 방으로 복도에 붙어있을 뿐, 따로 집을 장악하는 중심 실로 존재하지 않는다. 복도는 원하는 방들을 자유롭게 연결하고, 창과 문이 있어 풍경과 기능을 상황에 맞게 확장한다. 거주자의 방 선택에 따라 한 집 안에 여러 생활 양식이 조직될 수 있는 열린 사회 구조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HOUSE PLAN

위치 : 경기도 포천시
규모 : 지상 1층
용도 : 단독주택
주차대수 : 주1동-1대 / 주2동-1대
최고높이 : 주1동-5.57m / 주2동-5.57m
구조 :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 : 벽돌 + 노출콘크리트
대지면적 : 1,119㎡
건축면적 : 165.13㎡
연면적 : 150㎡
건폐율 : 14.75%
용적률 : 13.45%
시공사 : 공디자인
설계자 : 일구구공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① Living room ② Dining room ③ Kitchen ④ Entrance ⑤ Storage ⑥ Bathroom 1 ⑦ Room ⑧ Bathroom 1 ⑨ Main room ⑩ Annex

경사지 입구에 하나의 큰 바위가 있었다. 맞은편에 묻혀있던 다른 바위를 원래 있던 바위와 마주 보도록 세우면 개방된 대문이 될 것 같아, 건축주가 직접 시공 소장에게 부탁했다. 원래 있던 마을에 시골 생활이 익숙지 않은 건축주 부부가 외지인으로 들어와 고립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로 쪽에 담을 만들지 않았는데, 이처럼 대문을 따로 두지 않기로 했지만 우연히 개방적인 대문이 만들어진 셈이다. <글 : 일구구공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일구구공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주)

건축을 조직하는 안과 밖의 공간 설계 뿐 아니라 공간기획업무, 도시건축 기술용역, 전시기획, 가구디자인 등 감리와 시공, 연구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022년 현재, 경기도박물관_당선, 서울역4호선_당선, 서울사진미술관_당선, 세종대학교 캠퍼스타운_당선, 서울 자양4동 골목길 재생사업_당선, 청주시청 신청사 국제설계 2단계 지명공모_4등,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제주여상_당선, 서울교육청 꿈담 사업 등 공공사업부터 단독주택, 호텔, 기업 빌딩, 카페 등 민간사업까지 주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02-6053-9859 | https://1990uao.kr/

---

구성_ 이준희  |  사진_ 남궁선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1월호 / Vol.287  www.uujj.co.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