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6배 오른 김민재· '400억' 공개된 이강인...겨울 이적시장에 어찌되나

강은영 2023. 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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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김민재에 바이아웃 6,800만 유로 등 인상 제안
"맨유 4,800만 유로 지불 준비...여름 시장 맞춰 논의"
마요르카 감독 "이강인 이적료 3,000만 유로 큰 금액"
이틀 남은 이적시장...이강인 대체자 찾기 힘들어
이강인(왼쪽·마요르카)과 김민재(나폴리)가 지난해 8월 프리시즌 중 친선 경기를 통해 조우했다. 이강인 SNS 캡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주역 김민재(27·나폴리)와 이강인(22·마요르카)이 유럽 빅클럽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에 소속팀과 보이지 않는 기싸움을 시작했다. 소속팀은 이들을 붙잡으려고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정에 나섰고, 빅클럽들은 겨울 이적이 불발되면 여름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선수와 구단이 계약할 때 맺는 조항인 바이아웃은, 일정 금액 이상 이적료를 제시하는 타 구단이 소속 구단과 협의 없이 바로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제도다.

김민재는 오는 여름 이적 시장에 팀을 옮길 가능성이 높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벌써부터 바이아웃 조항을 통해 협상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를 보유한 파리생제르맹(PSG)과 올시즌 부진한 경기력의 리버풀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강인도 마찬가지다. 소속팀과 불화설이 제기될 정도로 빅클럽의 러브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 언론들은 이강인이 팀에 남을 것인지, 이적할 것인지를 두고 연일 관련 보도를 내놓고 있는 상황. 그만큼 라리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일단 바이아웃이 낮을수록 선수에겐 유리하다. 물론 바이아웃이 선수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나 높아도 유리할 것은 없다. 데려갈 구단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어서다. 이틀밖에 남지 않은 겨울 이적 시장의 향방은 어찌될까.


뛰었다 하면 각 리그 씹어먹은 '철기둥' 김민재

나폴리의 김민재가 5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세페 메아차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세리에A 16라운드 인터밀란과의 원정경기에서 상대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와 볼을 다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현재 김민재의 '몸값'은 수직 상승 중이다. 베이징 궈안(중국)에서 페네르바체(튀르키예)로 이적해 한 시즌 만에 튀르키예 리그를 그야말로 씹어먹었고, 세리에A에선 그 기록을 반년으로 줄였다. 몸값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궈안에서 페네르바체로 옮길 땐 이적료 200만~350만 유로(약 30억~47억 원)로 알려졌으나, 페네르바체에서 나폴리로 이적 당시 1,800만 유로(약 240억 원)로 10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김민재는 특히 지난해 7월 나폴리로 이적한 이후 팀을 리그 1위(16승 2무 1패·승점 51)에 올려놓으며 '세리에A 최고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19경기 중 18경기에 출전해 상대 공격수를 완벽하게 지우며 '철기둥' '철벽' 등 별명을 얻었다. 페네르바체 시절에도 '괴물'로 불렸다.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은 나폴리도 마라도나가 뛰던 1989~90시즌 이후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러나 나폴리로선 지난해 EPL로 진출한 칼리두 쿨리발리(첼시)를 보내고 영입한 김민재의 대체자를 불과 6개월여 만에 찾게 생겼다. 그래서 나폴리는 바이아웃 4,800만 유로(약 645억 원)를 6,500만 유로(약 870억 원)까지 올리려고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김민재의 연봉까지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바이아웃은 무조건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타 구단들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나폴리의 김민재가 2022년 9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세리에A 7라운드 AC 밀란과 원정 경기에서 브라함 디아스의 헤더슛을 왼발로 막아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그런데 맨유가 김민재 영입을 위해 4,800만 유로 바이아웃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엘레 델로 스포르트는 최근 "맨유가 김민재 측과 이적 협상을 시작했으며, 이적 시기는 당장 겨울 이적시장이 아닌 다가오는 여름에 맞춰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이 발동되는 시기는 오는 7월 1~15일 보름간이다.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된다면 불과 2년 사이 몸값이 16배가 뛰는 엄청난 '사건'이 되는 셈이다.

김민재의 주가가 치솟는 이유는 스피드에 몸싸움 능력은 물론, 190㎝의 장신으로 공중볼 장악력도 좋기 때문이다. 빌드업을 구사하는 유럽축구 성향에 맞는 센터백이다. 또한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기 때문에 오른발 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왼쪽 수비도 맡아 포지션에 제한이 없다.

현지 매체 나폴리 피우는 나폴리가 김민재에게 연봉과 바이아웃 인상을 제안했다며 "괴물을 지키기 위해 더 높은 벽을 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몸값 400억 원' 띄운 소속팀에 의리 지킨 이강인

마요르카의 이강인이 28일 스페인 카디스의 누에보 미란디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스페인 라리가 19라운드 카디스와 원정 경기에서 볼을 다루고 있다. 마요르카는 이날 카디스에 0-2로 패했다. EPA 연합뉴스

이강인은 현재 소속팀과 미묘한 신경전에 놓인 상태다. 현지 언론들은 이강인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속팀 마요르카의 팔로어를 취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마요르카가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강인에 대한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서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행복하지 않다. 팀이 1월에 그에 대한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해하지 못해서다"라고 보도했다. 이달 초 이강인이 EPL과 네덜란드 리그의 관심을 받으며 "마요르카를 떠날 가능성이 90%"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강인 이적 임박설'이 돌았다.

이 때문에 28일(한국시간) 2022~23시즌 스페인 라리가 19라운드 카디스와 원정 경기에 현지 언론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74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평소와 변함없는 성실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마요르카와 불화설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키 패스 2회, 패스 성공률 87%를 기록하는 등 양질의 패스와 크로스를 선사해도 이를 받아줄 동료가 없어 빛이 바랬다.

특히 후반 28분 상대 수비의 압박을 뚫어 라인을 타고 드리블하던 이강인은 티노 카데웨어에게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만들어줬으나, 카데웨어의 슛이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끝내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2022년 12월 6일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과 브라질의 16강전에서 이강인이 상대 수비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현지 언론은 바쁘게 움직였다. 라리가의 명문 구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마드리드)와 EPL 톱 6(아스널·맨체스터 시티·리버풀·맨유·토트넘· 첼시) 중 한 팀이 이강인을 원하고 있다고 전해 유럽 리그 전체가 들썩였다.

심지어 AT마드리드가 이강인을 들이기 위해 소속 선수를 임대 보낼 계획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문도 데포르티보의 하비에르 고마라 기자는 SNS에 "AT마드리드는 마요르카가 요구한 금액(바이아웃)에 도달하기 위해 한 명을 내보내야 하는데, 그 후보가 바로 사울 니게스다. 발렌시아가 그를 임대로 영입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이강인은 이번이 아니면 여름을 기약해야 한다"고 매우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마요르카는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통해 '협상 잠그기' 시도에 나섰다. 그는 27일 카디스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의 몸값이 기존에 알려진 1,700만 유로가 아닌 "3,000만 유로(약 400억 원)"라고 언론에 깜짝 발표했다. 그러자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3,000만 유로가 아니다. 1,700만~2,000만 유로"라고 반박했다. 바이아웃을 높게 불러 이적 작업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아기레 감독은 전날엔 라디오 마르타와 인터뷰에서 "이강인의 아버지까지 만나 설득했다. 그는 내가 매우 아끼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이적을 원하는 이강인과 면담을 진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이 15일 스페인 팜플로나의 엘 사다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17라운드 오사수나와 원정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이 "잔류한다"며 이적의 불씨를 꺼뜨렸다. 그러면서 3년 전 레가네스 감독 시절을 언급하며 "당시 공격수 유세프 엔네시리와 마르틴 브레이스웨이트를 모두 팔았고,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일화를 이강인에게도 전했다고 밝혔다.

결국 마요르카가 이강인의 겨울 이적을 막는 이유는 단 하나다. 대체자가 없기 때문이다.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과 면담을 했고, 나는 그에게 팀에서 대체 불가 선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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