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아이즈원’ 멤버들 잘나가는 이유는

안유진·장원영 ‘아이브’로 인기
김채원·사쿠라 ‘르세라핌’ 멤버로

2020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2020 MAMA)에서 공연하는 아이즈원. 씨제이이엔엠(CJ ENM) 제공

“아이즈 온 미(Eyes On Me)! 하나가 되는 순간 모두가 주목해! 안녕하세요, 아이즈원입니다.”

지금은 사라진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은 이렇게 외치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 인사말은 사라졌지만, 이렇게 인사한 아이즈원 멤버들은 가요와 방송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른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에 견줘 그 활약이 눈에 띈다.

아이즈원은 2018년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엠넷)에서 뽑힌 이들을 멤버로 한 12인조 프로젝트 걸그룹이다. 멤버는 맏언니이자 리더 권은비를 포함해 미야와키 사쿠라, 강혜원, 최예나, 이채연, 김채원, 김민주, 야부키 나코, 혼다 히토미, 조유리, 안유진, 막내 장원영으로 꾸려졌다. 2018년 10월 데뷔한 아이즈원은 2년6개월 만인 2021년 4월 해체했다.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아이즈원 몇몇 멤버는 그룹으로 다시 뭉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안유진과 장원영은 2021년 12월 걸그룹 아이브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브는 ‘일레븐’ ‘러브 다이브’ ‘애프터 라이크’로 3연속 히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여러 시상식에서 신인상과 대상을 휩쓸었다. 안유진은 예능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티브이엔)에서 래퍼 이영지 등과 함께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장원영은 1년4개월 동안 가요 프로그램 <뮤직뱅크>(한국방송2) 엠시(MC)를 맡아 프로그램을 훌륭히 소화했다. 김채원과 사쿠라는 지난해 5월부터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로 함께 활동한다. 르세라핌도 ‘피어리스’ ‘안티프래자일’ 등 히트곡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홀로 아티스트의 길을 걷는 멤버도 많다. 리더 권은비는 2021년 8월 미니 앨범 <오픈>으로 가장 먼저 솔로로 데뷔했다. 그룹에서 메인 보컬로 활약한 조유리도 같은 해 10월 싱글 앨범 <글래시>를 내며 홀로서기 했다.

최예나는 지난해 1월 미니 앨범 <스마일리>로 솔로 가수 출사표를 낸 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하며 예능감을 뽐내고 있다. 걸그룹 있지 채령의 친언니인 이채연도 같은 해 10월 미니 앨범 <허시 러시>를 내며 솔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아이즈원의 메인 댄서였던 이채연은 지난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엠넷)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연기에 도전장을 던진 멤버도 있다. 강혜원은 2021년 12월 웹드라마 <일진에게 반했을 때>, 지난해 9월 <청춘블라썸>에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김민주는 지난해 <문화방송>(MBC) 연기대상에서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으로 여자신인상을 받는 등 연기 활동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민주는 <쇼! 음악중심>(문화방송)에서 역대 최장 엠시 기록을 세우며 2년7개월여 동안 활동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혼다 히토미는 에이케이비(AKB)48로, 야부키 나코는 에이치케이티(HKT)48로 복귀했다. 야부키 나코는 그룹에서 센터를 차지하며 활약했다. 이들은 최근 그룹 활동을 마치고 연기로 폭을 넓히고 있다.

아이즈원 외에도 아이돌 서바이벌 시리즈에서 여러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는 <프로듀스101>을 통해 2016년 5월 데뷔한 뒤 2017년 1월 해체됐다. 보이그룹 워너원은 <프로듀스101 시즌2>를 거쳐 2017년 8월 국내 가수 최초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데뷔하며 출발했지만 2019년 1월 활동을 종료했다. 보이그룹 엑스원은 <프로듀스엑스(X)101>을 통해 2019년 7월 데뷔했다. 데뷔 앨범 초동(첫 일주일 판매량) 판매량 52만장을 기록하며 케이팝 사상 최초로 ‘데뷔 앨범 초동 하프밀리언셀러’에 오르며 4세대 보이그룹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즈원 멤버만큼 인기를 끌진 못했다. 이유는 무엇보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투표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향한 시선이 차가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스원은 2024년까지 활동할 예정이었지만 이 사건으로 2020년 1월 해체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즈원이 인기를 끈 이유는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팬덤 덕으로 풀이된다. 각 프로젝트 그룹의 인스타그램 팔로 수를 보면, 워너원(297만명), 아이즈원(216만명), 엑스원(100만명), 아이오아이(40만명) 차례다. 유튜브 구독자 수를 보면 아이즈원(226만명)이 가장 많다.

지난해 많은 걸그룹이 데뷔하며 가요계를 평정한 흐름도 아이즈원 출신 멤버들의 몸값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아이유, 윤하, 소녀시대 태연, 트와이스 나연 등 여성 솔로가 활발히 활동한 것도 아이즈원 출신 솔로 가수들의 활동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한편 2021년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엠넷)으로 데뷔한 프로젝트 걸그룹 케플러는 현재 활동 중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