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기기 프론티어] ②“시간과 정확성 두 마리 토끼 잡는 초소형현미경, 암 수술 패러다임 바꿔요”
바이오·뇌공학 전공 과학자에서 창업자로
“초소형 현미경으로 암 조직 실시간 진단”
“시간 줄여 암 수술 패러다임 변화”
“올해부터 본격 매출 발생, 美 시장도 진출”
“사람 돕는 비전, 창업 유지 원동력”
지난해 35세 미만 MIT 젊은 혁신가상 수상
암 수술을 하려고 수술방에 들어간 의사들의 목표는 단 하나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정상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악성 종양만 전부 절제(切除)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 조직을 건드리지 않고 암 세포만 완벽히 빠르게 없애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암 조직은 육안으로 판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을 빨리 끝내기 위해 정상조직도 함께 절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정상 조직을 절제했을 때 부작용이 큰 뇌 수술은 경우가 다르다. 뇌세포를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뇌는 자극을 받기 때문에, 뇌종양 수술을 집도하는 신경외과 의사들은 수술방에서 암 조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분만 절제해서 조직검사를 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친다. 황경민 브이픽스메디칼 대표(사진)는 의사들이 암 수술을 할 때, 절제한 조직이 암인지 아닌지 확인하는데, 20~30분 가량 걸리는 그 과정에 주목했다.
황 대표는 초소형 현미경을 활용해 수술방에서 곧바로 암 조직을 판별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그는 “외과 의사들이 수술방에서 실시간으로 암 조직을 분석할 수 없어 허비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과 ‘정확성’이다. 수술 시간이 짧을 수록 부작용이 적고, 정확히 암세포를 제거해야 재발을 하지 않는다. 암 환자 치료에는 1분, 1초도 아깝다.
황 대표가 개발하는 의료기기는 의사가 지름 3㎜의 초소형 현미경을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갖다대면 이 사진을 병리과 의사가 분석해 수술방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외과 의사가 조직을 떼어내면 그 조직을 간호사가 병리과로 보내 슬라이드를 만들고, 그 슬라이드를 병리과 의사가 판독하는 작업을 거쳤다. 초소형 현미경으로 외과 의사와 병리과 의사를 연결시키는 새로운 방식이다.
황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에서 뇌 과학과 초소형 현미경을 연구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공동창업자인 강신혁 고려대 신경외과 교수로부터 초소형 현미경을 의료 현장에 적용해 보라는 제안을 들은 것이 창업 계기가 됐다. 황 대표는 “개발 중인 기술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수 있고,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는 말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황 대표는 박사 과정 때 쓰던 졸업 논문 주제를 아이템으로 잡아 창업했다. 그 때가 20대 후반이었다.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하는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고, 포브스가 선정하는 30대 이하 아시아 글로벌 리더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문 잡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뽑은 35세 미만 젊은 혁신가상 한국 수상자에도 선정됐다.
벤처 창업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과 인허가 완료,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까지 약 5년이 걸렸다. 황 대표는 올해는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진출을 위한 법인 설립도 마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를 신청하면 1년 후 등록을 예상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수가 없이도 제품 판매가 이뤄질 수 있어 허가 이후 곧바로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황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암을 수술할 때 가장 중요한 암 조직을 정확하게 모두 절제(切除)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암 조직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의료 현장에서는 정상조직까지 절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환자 입장에서는 암 조직을 떼어냈지만, 정상 조직까지 손상돼 수술 후 부작용에 노출되기 쉽다. 외과 의사도 정상 조직을 살리며 암 조직을 절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나 수술 중에는 판단에 어렵다. 현재 의심부에 있는 조직을 빼서 해당 조직을 병리과에 보내면 병리과에서 슬라이드를 만들고, 그 슬라이드 바탕으로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보내준 조직 내 암 세포 남아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준다. 수술 시간이 20~30분 지연된다. ”
- 카이스트에서 어떤 분야를 주로 연구했나.
“KAIST에서 바이오와 뇌공학을 연구해왔다. 주 분야는 뇌공학이라기보다 미세기계장치, 기계광학, 바이오 쪽에 가깝다. 초소형 현미경을 주로 연구했다. 공동창업자인 강신혁 고려대 신경외과 교수가 현장에 수요가 있다고 알려줬다. 강 교수는 뇌종양 수술을 할 때 수술방에서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기다려왔다고 했다. 기술 개발하는 회사가 없다 보니 직접 창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연구개발은 개인의 지적 호기심도 있지만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다. ”
- 개발한 제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나.
“지금까지는 외과 의사가 조직을 떼어 내면 수술 간호사에게 주고 그 간호사가 순환 간호사에게 전달한다. 이를 병리과로 보내면 병리 기사가 슬라이드 만들고 병리과 의사가 판독한다. 이 과정에만 최소 3명이 필요하다. 브이픽스메디칼이 개발한 초소형 현미경을 활용하면 조직을 절제하지 않아도 되며 병리과에 조직을 전달하는 과정도 없어진다. 수술방 내에서 이미지를 촬영해 곧바로 병리과 의사에게 전달한 뒤 원격으로 진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 어느 정도 크기를 초소형 현미경이라고 하나.
“지름 3㎜ 정도다. 복강경 수술 때 쓰는 트로카(수술기구가 환자 체내외로 드나들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주는 기기)보다 작아야 한다. 트로카의 지름 제일 큰 게 8㎜ 정도다. 나아가 내시경 안에 넣을 수 있는 걸 초소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소형 USB 기반의 현미경과는 원리가 다르다. 이는 일반 백색광을 통해 대물렌즈로 확대하는 것이지만, 우리 제품(씨쎌)은 광원을 레이저로 사용하는 고해상도 현미경이다. 보통 방 한 칸을 차지할 정도로 큰 데, 이를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어도 초소형이라고 한다. 내시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냐 아니냐에 따라 품질이 나눠진다.”
- 핵심 기술이 무엇인가.
“초소형화한 레이저 스캐너가 핵심 기술이다. 우리는 광원 카메라다. 광원이 레이저이고, 레이저는 점이다. 그러면 점에 대한 정보만 얻을 수 있다.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레이저를 흔들어 줘야 하고, 레이저 스캐너는 큰 현미경에 들어가 있다. 이러한 레이저 스캐너를 초소형화해야 한다. 이를 만드는 기반 기술은 일반적으로 반도체 생산처럼 미세 공정이다.”
- 제품 분류는 어떻게 돼 있나.
“프랑스 셀비지오, 독일 칼자이스가 국내에 수술용 초소형 현미경을 들여올 때 의료용 내시경으로 진입했다. 현재도 해당 분류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제품인 씨쎌(cCeLL)은 ‘의료용 형광 영상 처리 장치’로 분류된다. 이전까지 없다가 올해 초 신설했다.”
- 새 품목으로 분류됐다는 것은 새로운 영역 개척했다는 뜻인데, 어떤 점이 다른가.
“작동 원리가 같다고 해도 의료 기기는 사용 목적과 사용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르게 취급된다. 예컨대 우리 제품이 수술 중 사용하는 외과 의사의 긴급조직 검사를 하기 위한 제품이라면 경쟁사는 외과 의사 수술이 아니라 내시경 검사, 진단용 제품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목적과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
- 구체적으로 좀 설명해 달라.
“경쟁사는 초기 의료용 내시경으로 들어왔다. 2등급 의료기기는 대, 중, 소로 분류로 나누는데,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제품에 대한 소분류가 없었다. 식약처와 심평원에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품목 신설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회사 초창기부터 식약처에 새로운 의료기술이 현장에 필요하다는 얘기를 다방면으로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초소형 현미경 기법에 대한 성능 가이드라인 같이 만들기도 했다. 우리 제품에 해당하는 의료기기 규격이나 성능을 어떻게 입증할지 구체적으로 준비는 돼있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다.”
- 제품 특허 현황과 외부 투자 상황은 어떤가.
“30개 이상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보유하고 있다. 특허 출원은 매년 지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18개 정도가 국내고 나머지는 해외 특허다. 투자 자금은 기술보증기금과 쿼드자산운용, 산은캐피탈 등으로부터 총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 제품은 언제쯤 상용화되나.
“의료기기의 제품 사업화 단계는 일반 제품과는 다르다. 우선 식약처 인증과 인허가 완료를 받아야 한다. 보통 제품은 인허가 이후 출시, 상용화한다. 우리 제품은 새로운 제품이다 보니 보험 수가가 없다. 그래서 보험 등재 절차도 거쳐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라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경쟁사는 5년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 제품 개발 끝난 뒤 보험 등재까지 평균 5년 정도 소요된다는 것이다. 인허가는 끝났고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면 끝날 것 같다. 이후 임상 자료 바탕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확보해 샘플 판매를 할 계획 중이다. ”
-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품목허가 신청하면 1년 후에 등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보험 등재와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미국은 수가 없이도 제품 판매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FDA 허가 받은 뒤 곧바로 판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워낙 넓고 의료분야에 유통망이 굉장히 특수하게 구성돼있다. 자체 판매보다 해당 지역의 주요 유통사와 계약 맺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매출은 공동 연구를 할 병원과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병원 네트워크도 갖춰 놓았다. 주로 뉴욕, 워싱턴 인근 동부 쪽 병원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법인도 설립했다. 서부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병원, 스탠포드 메디컬 스쿨 등의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 씨셀 제품이 체외진단, 체내접촉 두 개다. 제품별 특징은.
“기술과 하드웨어는 동일한데, 사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했다. 당장의 영상 퀄리티는 체외 진단 제품이 더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 체내 접촉 제품에 대한 데이터 연구는 진행 중이지만, 혁신성을 꼽으라면 체내 접촉 제품이다.”
- 임상 과정이 궁금하다.
“외과 의사가 수술방에서 암 세포 확인할 때 기존 의료기술 동결절평검사와 비교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 모든 암을 진단할 수 있나.
“모든 암 조직을 촬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암종에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미경은 관찰 장비이기 때문에 진단 못 할 게 없다. 사례가 다양해서 사례별로 얼마나 효용성이 있는지는 달라질 수 있다. 대다수 암종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실시간 조직검사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병원에서 전립선암 수술을 한다고 하면 하루 최대 4번 정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술방 시간도 정해져 있다. 암 조직을 떼어내 동결조직검사를 보내면 30분 정도 기다린다. 그러다 보면 4번 할 수 있는 게 3번으로 줄어들 수 있다. 외과 의사로서는 검사 보내는 게 부담일 수 있는데,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피부암의 경우 암 조직을 잘라내고 없는 부문을 복원한다. 잘라낸 영역만큼 다른 부위에서 떼 이식을 진행한다. 수술 중 잘라서 (검사를)보냈는데 특정 부위에 암 조직이 더 남아있다. 그러면 더 잘라내야 한다. 미리 잘라둔 조직을 쓰지도 못하고, 수술이 복잡해진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마취 시간도 늘어난다. 고령 환자는 마취 시간이 늘면 예후에 영향을 준다. 실시간 조직 검사는 전체 수술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수술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 대장암은 대장이 기니까 길게 잘라도 다른 장기보다 안전할 수 있다. 뇌는 그렇게 잘라낼 수 없다. 뇌종양 같은 경우 세포 채취 자체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비침습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필요한데 기존에는 기술이 없었다.”
- 국내 여러 대학 병원과 협력 양해각서(MOU)등을 맺었다. 주 고객이 병원이 아닌가.
“암 수술을 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주 고객층인 것은 맞다. 제약사와 유통사로부터 협력 제안서를 받고 있고, 엔젤투자를 국내 의료기기 유통사로부터 받아서, 이미 유통 네트워크를 확보한 상태다. 의사와 병원을 단순 수요자로 보지 않는다. 제품 정의부터 연구, 임상까지 협조가 필요하다. 실제 MOU 맺은 여러 기관과 공동 임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암 수술에 따라 제품 외형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 같은 피드백을 받는다. 연구개발(R&D)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 현장 반응이 궁금하다.
“외과 의사들에 제품 콘셉트를 설명하면 필요하고 실제 써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동안 이런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도 환기되는 부분이다. 제품을 같이 개발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대부분 선진 기술이 해외에서 개발된 뒤 국내로 들어온다. 선도 기술을 우리나라에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한다.”
- 수의과대학과도 협력 MOU를 체결했다. 사람 외 영역으로 확대 가능한가.
“동물도 암에 걸린다. 암 수술하는 것은 똑같다. 동물 병원에서도 동물의 암 조직이 수술 중에 어디까지 퍼졌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지만, 인프라가 적고 의사 수도 적다. 기존 의료기술 쓰기 위해서는 병리과라는 과도 필요로 한다. 장비를 도입하면 병리전문의는 원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런 부문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확장도 고려 중이다.”
-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스타트업이 보수적인 의료시장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기기 개발하는 게 단순히 열정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굉장히 어렵고 힘든 점이 많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다는 비전으로 일을 하고 있다. 창업을 유지하고 끌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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