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큰 어른같은 강수연 선배·도전의식 일깨운 연상호 감독"[SS인터뷰]

조은별 2023. 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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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90년대를 지나온 이들에게 배우 김현주는 세기 말의 ‘첫사랑’이자 청춘스타였다.

차태현·장혁과 함께 출연한 ‘햇빛속으로’(1999), 차인표·이서진·김남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그 여자네 집’(2001), 그리고 한국형 고전미인의 표본을 보여준 드라마 ‘토지’(2004)의 서희아씨까지. 그는 그 시절의 수지이자 아이유였다.

데뷔 26년차. 어느덧 40대 후반에 들어선 김현주는 익숙하고 편한 길 대신 가시밭길을 택했다. 2019년 OCN 드라마 ‘왓쳐’가 시작이었다. 이후 ‘언더커버’(2021), ‘지옥’(2021), 그리고 현재 방송 중인 SBS ‘트롤리’(2022)까지 연이어 장르물을 선택했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변신의 화룡점정이었다.

“긴 경력에 비해 장르물을 하지 못했기에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그러던 중 연상호 감독에게 ‘정이’ 출연을 제안받았다. 처음에는 ‘왜 나일까’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에게 강인한 전사의 이미지를 원했다면 다른 배우가 해도 되겠지만 감정적인 부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고 생각했다.”
연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정이’는 공개 3일 만에 1,9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텐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딸이 최고의 용병이었던 어머니의 뇌를 복제해 전투 인공지능(AI)로 만든다는 소재와 한국적인 모정을 해외에서도 흥미롭게 지켜본 결과다.

김현주에게 ‘정이’는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용병 정이를 연기하기 위해 액션을, AI로 부활한 정이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로봇에 담긴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로봇 정이가 시뮬레이션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번 깨어나는 장면의 고통스러운 표정과 신음도 제각각 달리 소화해냈다.

“내가 출연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대사가 가장 적은 작품이라 처음에는 다소 만만히 봤다. (웃음) 하지만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몸짓과 표정, 눈빛만으로 표현하면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님에게 애니메이션 ‘월-E’의 깡통 로봇도 눈빛에서 감정을 볼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하긴 했는데 다행히 정이가 100% 기계의 외양이었을 때도 내 얼굴의 감정이 녹여져 내심 놀라웠다.”

격투기를 즐겨했지만 액션연기는 다른 차원이었다. 김현주는 “액션스쿨에 가니 안면있는 감독님들이 ‘김현주 씨 나이먹고 왜 왔냐’고 놀라워하셨다. 물론 젊을 때 액션연기를 했다면 발차기를 더 멋있게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보다 더 잘했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른의 품격 보여준 故강수연, 닮고 싶은 선배

영화는 정이 역의 김현주와 AI정이를 연구하는 정이의 딸 서현(강수연 분)의 모녀관계에 대한 정서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김현주는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강수연 선배와 함께 한다고 해서 내가 선배의 딸로 캐스팅된 줄 알았다”며 “내가 너무 어리게 나오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전복된 모녀관계를 보고 신선하다 여겼다”고 웃었다.

김현주에게 강수연과 연기호흡은 전설 속 해태와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김현주는 “선배는 상상에서만 존재하던 전설적 인물이다. 우연히 지나쳐서 볼 수도 없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고 돌아봤다.

“현장에서는 선배나 어른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동료였다. 정이가 의식이 없는 순간, 서현이 정이에게 진실을 털어놓는 장면을 찍을 때 강수연 선배가 ‘자꾸 너만 보면 눈물이 나려고 해’라고 하셨다. 나 역시 눈물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나중에 시사회 때 영화를 보니 선배는 ‘진짜 영화배우’였다.”
그래서 김현주는 ‘정이’가 무엇보다 소중한 작품으로 남았다. 새로운 도전을 일깨워준 연 감독, 그리고 한국영화계의 소중한 어른이자 선배 강수연과 함께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한국형 신파’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진짜 신파는 ‘내가 네 엄마다’라며 눈물 흘리는 것이다. ‘정이’는 최대한 절제한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젊은 시절 돈을 벌고 싶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는 “일을 하며 점점 직업에 대한 욕심과 잘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지금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기보다 강수연 선배처럼 ‘다 품어주고 들어줄 수 있는 선배, 어른’이 되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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