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별이 빛나던 밤에/황수정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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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해질녘 산기슭 초입 찻집에 자주 앉아 있다.
달빛 별빛 한 오라기만 있으면.
밤하늘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촛불 한 점에 칠흑의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던 그때 별이 퍼붓던 그 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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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해질녘 산기슭 초입 찻집에 자주 앉아 있다. 무대의 막이 바뀌듯 세상의 장면이 전환된다. 어지러운 전신줄, 간판들, 산행을 마친 사람들. 번잡한 풍경들이 질끈 눈을 감듯 어둠에 실루엣을 감춘다. 창밖은 검은 하늘뿐. 오래 시력을 맞추면 별이 안간힘으로 돋고, 먼저 돋은 달은 배가 불러가는지 꺼져가는지. 올려보는 밤의 아취가 제법이다.
어릴 적 동네는 전기가 곧잘 나갔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던 때였다. 동네가 통째로 어둠에 잠기면 누군가 변전소로 달려갔고 집집에 촛불이 번졌다. 우리 집 마루 찬장의 두 번째 서랍. 우리 식구 누구라도 알고 있었던 양초 한 자루, 손전등 하나. 칠흑을 더듬어 밝히는 일쯤 어린 손에도 식은 죽 먹기였다. 달빛 별빛 한 오라기만 있으면.
밤하늘 별을 보고 길을 찾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오래된 사상가의 오랜 문장이 낡지도 않고 빛나는 밤. 꿈결에 다녀올까. 촛불 한 점에 칠흑의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던 그때 별이 퍼붓던 그 밤으로.
황수정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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