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인플레이션과 기대

관리자 2023. 1.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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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나 균형으로 수렴한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 등락에는 사람들의 마음 깊이 박혀 있었던 '기대'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균형으로 수렴하지만 심리적인 기대가 개입하면 균형으로 가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겉으로는 마냥 냉철해 보이는 시장이지만 기대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주는 영향은 의외로 강력하고 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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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공급 따라 경제 균형 찾지만
심리적 요인이 변동폭 키우기도
실질소득 감소시키는 물가 상승
사람들 예상에 민감하게 반응해
미 연준, 이율 인하 신중한 이유

경제는 장기적으로 보면 언제나 균형으로 수렴한다. 균형으로 이끄는 요인은 가격이고, 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균형으로 수렴하는 과정이 언제나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냉정한 실물 법칙만이 경제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리적 요인에 따른 영향도 상당하다.

지난 몇년 동안 국내 부동산시장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했다. 정부는 수차례 가격폭락 위험을 경고했지만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산다는 젊은층의 매입 열풍은 엄청난 가격상승을 불러왔다. 최근 들어선 폭락 시기로 접어들었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사려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 등락에는 사람들의 마음 깊이 박혀 있었던 ‘기대’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이 심리적 요인은 가끔 균형으로부터 과도한 이탈을 부추긴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는 더 많이 오르게 하고, 반대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는 폭락을 부추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균형으로 수렴하지만 심리적인 기대가 개입하면 균형으로 가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의 집단적 심리인 기대가 작용하는 대표적인 영역은 물가다. 흔히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물가상승은 사람들 기대와 예상에 아주 민감하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가하는 충격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의 구매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구매력을 보상받기 위해 행동한다. 노동자는 물가 때문에 자신의 소득이 줄어든 것을 임금 인상으로 상쇄하려고 한다. 하지만 임금 인상은 다시 물가상승의 요인이 된다. 기업은 임금 인상을 이유로 물가를 올리고 노동자는 다시 물가상승을 보상받기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결국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임금·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새해에도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관심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자율을 어느 정도 더 올릴 것인가에 모아졌다. 이자율은 세계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주식·채권·환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연준이 이자율을 크게 올린 근거로 작용했던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부터 약간 수그러드는 통계가 나왔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점차 낮아진다면 더이상 이자율을 높이지 않아도 될 것이며 어느 적정한 시점에서 이자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되자마자 미국 주식이 그간의 내림세에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그러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연준은 수그러든 물가상승률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데 아직은 주저하는 모습이다. 물가 오름세가 앞으로 정말로 꺾일 것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축완화 시그널을 잘못 보냈다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경제자료에 개인과 정책당국이 취하는 태도가 다를 수도 있다.

어떤 희생을 치르든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인 정부는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제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 반면 자산 가치의 변동에서 이익 기회를 찾는 일반 사람들은 물가의 작은 움직임에서도 기회를 엿본다. 겉으로는 마냥 냉철해 보이는 시장이지만 기대와 같은 심리적 요인이 주는 영향은 의외로 강력하고 집요하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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