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벽 사이 띄운 배 한척…노 저어 떠나는 겨울왕국

서지민 2023. 1. 30.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겨울이여 안녕] 경북 경주 ‘국민힐링파크’ 카누 타기
나뭇가지 모양대로 고드름 얼어붙어 ‘장관’
빙벽 배경으로 ‘인생사진’ 찍는 관광객 늘어
‘두레박 그네’ 타도 새로운 풍광 즐길 수 있어
섬 안 공원에 사는 토끼 50여마리도 볼거리

1월 끝자락, 겨울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듯 한파가 매섭다. 그렇다고 집에 웅크리고 있을 순 없다. 떠나자! 눈과 얼음의 향연장으로. 겨울왕국이 된 설산에 오르고 물길 따라 기암괴석 모양의 빙벽을 감상하며 이한치한(以寒治寒) 겨울을 즐겨보자.

경북 경주 국민힐링파크에서 관광객이 끝없이 펼쳐진 빙벽 사이로 카누를 타고 들어가고 있다. 경주=현진 기자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절경이 있다. 몇해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얼음폭포·빙벽 명소가 겨울철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웅장한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붙은 절벽,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사이를 은빛 얼음이 둘러싼 광경은 마치 ‘겨울왕국’을 연상시킨다. 날 풀리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얼음 동산으로 손꼽히는 경북 경주 ‘국민힐링파크’에 가봤다.

국민힐링파크는 경북 경주시청에서 차로 40여분 떨어진 산내면 대현리 고헌산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굽이치는 좁은 산길을 달린 끝에 16만5000㎡(5만평)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테마파크에 도착한다. 이곳에 온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곧장 향하는 곳은 ‘카누 타기 체험장’이다. 빙벽 사이로 노를 저어 카누를 타는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끌며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선착장에는 카누 10여대가 대기 중이다. 폭이 3m는 족히 넘는 수로가 가운데 큰 섬을 하나 끼고 둥글게 길을 만들고 있다. 저 멀리 수면 위에 떠 있는 공중그네는 유유히 앞뒤로 흔들리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이 얼음 동산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유는 수로 양옆에 새하얗게 펼쳐져 있는 빙벽 때문이다. 단순한 빙벽이 아니라 크고 작은 고드름이 나무 모양 그대로 얼어붙어 만들어진 것이다. 얼음에 반사된 빛과 수면 위에 보이는 윤슬이 반짝반짝 눈에 아른거린다.

유형렬 국민힐링파크 운영실장은 “이곳은 500여m에 달하는 농수로를 꾸며 만든 곳으로 봄에 모내기할 때를 제외하곤 연중 카누 체험을 진행한다”며 “도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카누를 타기 전 선착장에서 안전요원의 안내에 따라 5분 동안 운행방법을 배워야 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냇물이라고 얕봐선 안된다. 최대 수심이 130㎝에 달할 만큼 꽤 깊다. 우선 선착장에 묶인 카누에 조심스럽게 오른다. 몸에 힘을 뺀 뒤 카누 정중앙으로 오르면 된다. 앉을 때까지 카누가 잠시 좌우로 흔들리지만 이내 움직임이 잦아들면서 안정된다. 노는 손잡이와 봉, 넓고 긴 날개로 이뤄져 있다. 한손으론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론 봉을 잡는데 날개에서 25∼30㎝ 떨어진 곳이 적당하다. 노를 세워 날개를 물속에 잠기게 해서 힘껏 뒤로 밀면 배가 앞으로 나간다.

열심히 노를 저으며 카누를 타다보면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데 30∼40분이 소요된다. 예쁜 사진을 건지고 싶다면 물가 쪽 가까이 카누를 이동시킨 뒤 빙벽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면 된다. 반질반질한 얼음벽이 사진 속 주인공을 돋보이게 한다.

또 카누 가까이 다가오는 오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선착장에서 받은 모이를 카누 주변에 뿌리면 오리가 근처까지 헤엄쳐오니 이때를 잘 포착해야 한다.

카누 타는 것이 무서워 망설여진다면 ‘두레박 그네’ 체험도 좋다. 우물물을 퍼 올릴 때 쓰던 두레박이 그네로 재탄생했다. 농수로를 가로지른 줄에 성인 한명 들어갈 크기의 두레박을 매달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박 안에 들어가 냇물을 건너보면 배를 탄 것과는 다른 매력의 얼음 동산을 감상할 수 있다.

국민힐링파크에선 또 다른 체험도 할 수 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줄을 잇고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는 눈썰매장이 있다. 커다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눈 언덕을 쏜살같이 내려가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눈썰매장 맞은편엔 모닥불이 피어오르는 야영장도 마련돼 있다. 모닥불 장작 속에는 고구마와 밤이 여러개 숨겨져 있다. 정신없이 놀고 난 다음 옆에 놓인 집게로 잘 익은 군고구마·군밤을 꺼내 먹으면 된다.

국민힐링파크 안에 있는 토끼섬에선 토끼에게 직접 먹이 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토끼해인 올해 유독 인기 많은 곳은 ‘토끼섬’이다. 카누 타기 체험장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토끼 50여마리가 살고 있는 1650㎡(500평) 규모의 공원이 나온다. 갈색·분홍색 등 각양각색 토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대구에서 온 관광객 김가희씨(25)는 “SNS에서 카누 타는 장면을 보고 친구들과 찾아왔다”며 “카누 타는 것 말고도 다른 놀거리가 많아 하루 반나절이나 놀았다”고 말했다. 

경주=서지민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