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촌 주민 눈물로 짓는 태양광 설비

오은정 2023. 1.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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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른 아침부터 전남북 농촌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았다.

이들은 태양광 설비 이격거리를 크게 줄인 정부 방침을 규탄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격거리는 농촌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태양광 설비를 막을 유일한 수단인데 이를 완화한다고 하니 농촌 주민들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태양광 설비만 없다면 농촌 들판에서 이런 소음이나 빛반사, 전자파도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왜 외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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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와서 본 태양광 설비라고는 가로등에 아주 작게 달린 것뿐입니다. 농촌에 태양광 설비를 세우기 전에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부터 아파트·상가 지붕에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16일 이른 아침부터 전남북 농촌 주민들이 정부세종청사를 찾았다. 이들은 태양광 설비 이격거리를 크게 줄인 정부 방침을 규탄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격거리는 농촌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태양광 설비를 막을 유일한 수단인데 이를 완화한다고 하니 농촌 주민들의 반발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전남북은 이미 전국에서 태양광 발전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20년 기준 전남은 전국 태양광 발전량의 20.6%, 전북은 16.7%를 차지했다.

농촌 주민들은 윤석열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한다고 하자 한시름 놓았다. 이전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무리하게 추진한 여파가 고스란히 농촌 주민들에게 전가됐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 설비는 주민들을 갈라놓았고 주택·축사 근처에 들어선 태양광 설비는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설비를 보급한다고 하니 갈등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가 정한 이격거리를 중앙정부에서 통제하려는 양상을 보이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달초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이격거리 가이드라인(표준안)’에 따르면 앞으로 태양광 설비는 농촌 주택과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들어설 수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태양광 설비는 유해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국내외 연구기관이 내놓은 여러 연구자료를 근거로 일반 물에서의 눈부심, 냉장고나 에어컨 정도의 소음만 발생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태양광 설비만 없다면 농촌 들판에서 이런 소음이나 빛반사, 전자파도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왜 외면하는 것일까.

농촌 주민들은 기자회견 당일 신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정부부처 관계자를 만나지 못했다. 관계자 모두 윤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동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UAE로부터 투자받은 300억달러(40조원) 일부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분야에 쓰겠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밝아지겠지만 농촌 사회가 겪는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농촌 주민들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정부가 대의명분을 무기로 농촌에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오은정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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